허원순 논설위원
[ 허원순 기자 ] 어린이날(5일) 어버이날(8일) 입양의날(11일) 스승의날(15일) 성년의날(20일) 부부의날(21일)…. 줄줄이 이어지는 이 기념일들만 봐도 5월이 왜 가정의 달이고, 청소년의 달인지 알 만하다. 이뿐이랴. 신록의 계절에 맞춰 결혼을 했거나 가족 중 누구의 생일이라도 있는 가정은 적지 않은 지출을 각오해야 한다.
경제가 안 좋은 요즘 같은 때는 돈 쓸 곳 늘어나는 게 여간 부담스럽지 않다. ‘부모님 찾아뵐 때 건강 챙겨드리기’ 같은 안내 기사만 해도 적잖은 부담인데, ‘가족끼리도 선물은 현금이 최고’라는 설문조사는 누가 도대체 왜 하나. 휴일 많은 까닭에 인천공항 북적댄다는 뻔한 계절성 기사 보는 것도 편치 않은데, 경제는 잿빛 통계에 우울한 전망투성이다. 반복되는 소비·투자 위축 소식이 이어지더니 어제는 4월 수출도 다섯 달째 뒷걸음질했다는 발표가 추가됐다.
세계 경제가 맞물려 다 나쁘다면 ‘경기 순환이 그런가 보다’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한국보다 12배나 큰 미국 경제는 저 큰 덩치로도 한껏 잘 달리고 있다. 완전고용 상태에 들어섰다는 일본도 아직 거침없다. 더구나 일본은 어제 새 국왕의 즉위가 경제에도 긍정 효과를 낼 것이라며 온 나라가 한껏 고무돼 있다.
이래저래 청·장년 세대들이 소침해지기 쉬운 상황이다. 경제가 나빠지는 것도 무서운 현실인데, 정치판을 보면 더 기가 질린다. 하지만 움츠러들기에는 5월의 신록, 산하가 너무도 찬란하다. 가족 나들이도 많이 하고 나만의 ‘소확행’도 찾아보자. 하필 이때 선보인 5G용 최신 스마트폰이 아니면 어떤가. ‘선물은 정성이 으뜸’이라는 말은 언제나 진리다.
최근 국내에서 번역 출간된 《조이풀》(Joyful, 한경BP)의 저자 잉그리드 페텔 리는 말했다. “행복은 멀리 있지만, 즐거움은 아주 가까운 데 있다.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다.” 미국에서 인기 높은 ‘디자인 디렉터’이자 요즘 융합개념으로 뜨는 TED(기술·오락·디자인)분야 명강사인 저자는 ‘비범한 행복을 만드는 평범한 것들의 놀라운 힘’에 대해 쉽게 설명해준다. 저자의 시각과 해석을 따라가다 보면 색과 빛, 풍경과 자연, 나의 집과 별 같은 것도 보기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해외로 나가고 요란한 행사를 해야 연휴가 빛나는 게 아니다. 지갑과 계좌가 축난다고 어깨까지 처질 일은 아니다. 두려운 것은 충만하지 못한 나의 내면이고, 문제는 위축된 마음일 것이다. 해야 할 도리는 갈수록 많아지고, 세상살이는 언제나 만만찮지만 다 이겨내라고 어른이 된 것 아니겠는가. 힘들다고만, 어둡다고만 하지 말고 스스로에게 ‘이만 하면 꽤 잘하고 있다’는 격려부터 해보자. ‘조이풀 5월!’이라는 혼자만의 구호라도 외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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