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 오른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에 檢·警 희비 엇갈려
경찰 "창설 이후 최대 사건"
권한 줄어든 검찰은 침통
[ 안대규/김순신 기자 ]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과 검·경수사권 조정법안이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되자 검찰과 경찰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검찰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보유한 ‘제2의 검찰’인 공수처가 생긴 데다 수사독점권이 무너지는 등 권한이 대폭 줄었다. 반면 경찰은 검찰과 수평적 관계가 됐다며 환호하고 있다. 검·경의 수사관행에도 대변혁이 예고되고 있다.
검·경 희비 엇갈려
30일 패스트트랙 처리된 형사소송법, 검찰청법 개정안 등에 따르면 앞으로 검찰의 수사 대상 범죄는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범죄 등 중요 범죄와 경찰 직무 범죄로 제한된다. 검찰은 사건에 대한 1차 수사종결권도 경찰에 내주게 됐다. 지금은 경찰이 무혐의 처분한 사건에 대해서도 검찰에 자료를 넘기고, 검찰도 위법·부당 여부를 따져 경찰에 재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기소와 불기소 결정은 검사만 할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기소와 불기소를 경찰이 결정한다. 경찰이 불기소 처분한 것에 대해 검찰이 자료를 받아 재수사를 요구할 수 있지만 60일 이내에 해야 한다. 경찰이 기소하기로 결정한 사건에 검찰이 보완 수사를 요구하더라도 ‘정당한 이유’가 있으면 경찰이 거부할 수 있다. 검찰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이 사실상 폐지된 것이다.
경찰은 검찰과 ‘지휘관계’가 아니라 ‘수평적 관계’로 변화됐다는 점에서 환영하고 있다. 경찰 고위관계자는 “1945년 경찰 창설 이후 74년 만에 역사적으로 가장 큰 사건”이라고 말했다. 반면 검찰은 “경찰 수사의 인권침해적 요소를 견제할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해외순방을 떠나 구심점이 없는 상태인 데다 당·정·청의 방침에 반기도 들 수 없어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다.
조서 증거능력 제한 논란
검찰의 직접 수사범위를 제한함에 따라 앞으로 피해자는 검찰과 경찰에 고소·고발 사안을 나눠서 제기해야 한다. 2017년 검찰이 접수한 고소·고발 사건 중 45%가 사기·횡령·배임인데 앞으로 이것은 경찰이 맡게 된다. 버닝썬 사건의 경우 폭행, 경찰관에 의한 독직폭행, 마약, 성폭행 등의 혐의가 섞여 있지만 법안대로라면 검찰은 독직폭행만 직접 수사가 가능해진다. 이은애 경찰청 수사구조개혁1팀장은 “경찰이 1차적 수사종결권을 확보하면 국민들이 불필요한 이중 조사를 받을 필요가 없어진다”며 “중복 수사 관행 역시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패스트트랙 법안의 검·경수사권 조정안에는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 제한’이 새로 추가됐다. 피의자신문조서란 검찰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와의 문답 과정을 정리한 것으로 경찰 조서와 달리 법정에서 증거로 효력을 발휘했다. 검찰 관계자는 “조서가 없으면 모든 유무죄를 재판에서 다뤄야 하기 때문에 판사의 부담이 늘어나고, 사건 처리가 길어져 국민의 변호사비용 부담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기소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그동안 검찰이 조서를 작성하기 위해 압수수색과 구속영장 청구 등 강제수사를 강조한 측면이 있다”며 “조서의 증거 효력이 없어지면 이런 관행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경찰은 검찰의 밤샘수사 관행이 사라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의 피의자신문조서가 공판에서 뒤집힐 수 있게 되면 검찰이 직접 수사에 나설 유인이 크게 줄어든다”고 말했다.
안대규/김순신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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