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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민트 "6자리 비번 누르면 끝…간편결제로 카드사 아성 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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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도전했다
(7) 대기업만의 영역은 없다

카카오페이 스마트폰 결제 기술
개발한 페이민트



[ 윤희은 기자 ]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작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도 신용카드회사 못지않은 결제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는 걸.”

스마트폰에 여섯 자리 비밀번호를 누르면 결제가 되는 간편결제 기술을 개발한 김영환 페이민트 대표는 핀테크(금융기술) 분야의 스타 CEO(최고경영자)로 꼽힌다. 대기업이 즐비한 결제 시장에서 업계 표준을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삼성페이와 카카오페이 등이 페이민트의 기술을 채용했다.

김 대표는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시장이 구분돼 있다는 건 편견”이라며 “소비자들이 가려워하는 부분을 정확히 긁어줄 수 있는 서비스는 어떻게든 살아남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여섯 자리 숫자의 힘

원래 김 대표는 시장 조사를 전문으로 하는 리서처였다. 리서치 회사에서 일하던 2005년 모바일 인증사업을 하면서 간편결제 서비스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첫 작품은 ‘바코드 결제’였다. 전용 카메라로 바코드를 찍으면 결제가 이뤄지는 방식으로 지금의 QR코드 결제와 비슷했다. 주위의 평가는 긍정적이었지만 마땅한 플랫폼이 없었다. 스마트폰은 등장하기 전이었고 피처폰에 이 서비스를 심는 것도 마땅치 않았다. 김 대표가 창업을 포기한 배경이다.

까마득하게 잊을 뻔했던 결제사업을 다시 꺼내든 것은 2014년이었다. 모바일 인증회사에서 나온 뒤 같이 근무하던 직원 3명과 함께 간편결제 회사를 차렸다. 간편결제의 기반이 되는 기술이 충분히 성숙했다는 판단에서였다. 김 대표는 ‘바코드’ 대신 ‘여섯 자리 숫자’를 전면에 내세웠다. 소비자가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식이라고 판단해서다. 그는 “스마트폰을 어려워하는 어르신들도 전화를 오래 쓴 덕에 숫자 입력엔 익숙하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준비된 창업자였다. 스마트폰에 적용할 수 있는 앱(응용프로그램) 결제 기술을 확보하고 세밀한 오류 테스트까지 거친 뒤 법인을 설립했다. 회사를 열자마자 출시한 간편결제 솔루션의 완성도가 상당했던 이유다. 운도 따랐다. 간편결제 솔루션을 내놓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금융감독원에서 공고가 하나 떴다. 기존 공인인증서를 대체할 만한 거래인증 기술을 찾는다는 내용이었다. 김 대표는 간편결제 기술을 금감원에 제출했고 정부의 사용 인가를 받아냈다.

대형 금융업체 아성에 도전

결제 서비스를 준비하던 대기업들은 의외로 페이민트에 우호적이었다. 사용자환경(UI)과 플랫폼은 자신들이 구축할 테니 결제 솔루션을 넣어달라는 요청이 하나둘 들어왔다. 페이민트의 ‘여섯 자리 방식’보다 나은 대안이 없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일찌감치 금감원의 인가를 받아놓은 것도 페이민트의 입지를 단단하게 한 요인 중 하나였다.

페이민트는 창업 초기 3년 동안 ‘엑셀’을 밟았다. 공장에서 물건을 찍어내듯 쉼 없이 솔루션을 개발했다. 야근이 일상이었고 휴일도 없었다. 카카오의 카카오페이, 신세계의 SSG페이, 롯데의 L페이, SK텔레콤의 시럽페이, 삼성전자의 삼성페이 등이 모두 이 시기 나왔다. 김 대표는 전략적으로 ‘첫 3년’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기 위해서였다. 그는 “정부 지원금을 받기 위한 조건 중 하나가 창업 3년 미만”이라며 “도움받을 수 있을 때 최대한 덩치를 키워야 했다”고 말했다.

페이민트는 창업 첫해 7억7000만원의 매출을 올리며 흑자를 달성했다. 2년 뒤인 2016년엔 매출이 14억원 선까지 뛰었다. 연매출이 15억원을 넘어선 2017년 김 대표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밴(VAN·결제대행)사가 독점해온 오프라인 결제업에 뛰어들었다.

첫 결과물이 지난해 선보인 스마트 오더 시스템 ‘LINQ’다. 식당에 들어가 테이블에 붙어 있는 QR코드를 촬영하면 스마트폰을 통해 메뉴판을 확인할 수 있다. 주문과 결제도 손쉽다. 모바일 쇼핑을 하듯 메뉴를 선택하고 결제를 누르면 된다. 음식을 주문하려 종업원을 부르고 돈을 내기 위해 카운터를 들르는 등의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페이민트는 영세 사업자를 겨냥해 수수료를 낮게 잡았다. LINQ의 수수료는 기존 대기업 스마트오더 수수료(최대 3% 수준)보다 저렴한 0.5~2.1% 선이다.

페이민트는 미뤄뒀던 투자 유치에 집중하고 있다. 몸집을 불릴 때라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뒤늦게 나선 시리즈A 투자도 성공적이었다. KT인베스트먼트, 포스코기술투자로부터 20억원을 유치했다. 현재 페이민트의 누적 투자금액은 30억원이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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