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샛 경제학 (33) 공공경제학과 정치집단의 사익추구
최근 집권당과 일부 야당이 선거제 개편·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신속처리안건 즉, 패스트트랙에 올리는 데 합의했다. 일상 생활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시장이 있듯이, 정치 영역에서도 ‘법안 시장’이 있다. 시장에서는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돼 소비자·생산자의 사회적 후생이 증가한다. 하지만 정치 영역에서의 법안 거래는 반드시 사회적 후생에 긍정적이지 않다. 이런 문제를 다루는 것이 바로 공공경제학이다.
로그롤링(logrolling)
여당과 야당이 서로 다른 이해관계의 법안을 서로 교환해 함께 처리하는 것을 공공경제학에서는 ‘로그롤링’이라 한다. 로그롤링이란 벌채한 통나무(log)를 마을이나 공장으로 옮기기 위해 보조를 맞춰 굴리기(rolling)를 한 데서 유래된 용어다. 이권이 결부된 서로의 법안을 상호 협력해 통과시키는 정당집단 사이의 거래, 즉 야합을 가리킨다. 어느 한편에서 밀어붙이기에는 정치적 위험이 큰 법안을 빅딜로 타결해 정당의 정치적 목적을 이루기 위한 전략으로 종종 사용된다. 대표적인 예로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쪽지 예산’ 문제를 들 수 있다. 각 지역구 의원들은 재선을 위해 해당 지역의 이익과 관련한 법안을 예산심의 과정에 집어넣으려 한다. 국회의원들은 대외적으로는 정부 예산을 비판하지만, 자기 지역구 예산 법안을 서로 밀어주며 넣는다. 정부 예산이 효율적으로 집행돼야 하지만 정치집단의 사익추구는 비효율적인 자금 집행을 이끌어 사회 전체 후생을 감소시킨다.
게리맨더링(gerrymandering)
이번에 논란이 된 선거제 개편에 반대하는 당, 다른 당과 힘을 합해 법안을 지지하는 당이 나뉘어 있다. 이를 통해 정치집단은 소비자인 국민 후생 증진보다는 다음 선거의 승리가 우선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정치 분야를 다루는 공공경제학에서는 선거제도를 개편하거나 선거구를 조정하는 것을 게리맨더링이라고 한다. 특정 정당이나 특정인에게 유리하도록 선거구를 정한다는 의미다. 게리맨더링이란 용어는 미국 매사추세츠 주지사였던 엘브리지 게리가 1812년 선거에서 자기 당에 유리하도록 선거구를 정했는데 그 부자연스러운 형태가 샐러맨더(salamander·불속에 산다는 그리스 신화의 불도마뱀)와 비슷한 데서 유래했다. 농촌-도시 간 의원 정수 비율과 인구 비율에 따라 통폐합될 경우 배정되는 의원을 늘리거나 줄이는 것도 해당된다. 이는 각 당의 이해관계에 따라 개편되기 때문이다.
정치집단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움직일까?
공공경제학은 관료·정치가 등 공공 영역에서의 행동을 분석하려는 학문이다. 영국의 경제학자 제임스 뷰캐넌은 공공선택이론을 통해 공공 부문에서 전개되는 제도적 상호 작용을 설명하고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고자 했다. 특히 공공선택이론은 국가를 운영하는 정치가·관료 역시 자기 자신의 이익을 위해 노력한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국민이 정치집단의 이익 추구를 막지 못하는 것은 비용과 노력에 비해 얻는 이득이 적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투표율이 점점 낮아지는 현상 또한 이와 같은 이유라 할 수 있다. 자신이 투표하더라도 사회의 후생이 그만큼 증가하지 않는다는 점이 국민을 허탈하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이 민주주의의 꽃이라 할 수 있는 투표조차 외면한다면 정치집단의 사익추구 행위가 만연해 사회적 후생손실은 점점 늘어날 것이다.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 jyd54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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