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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 환자 생활비'까지 주려다 탈난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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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유급병가 '졸속' 논란


[ 박진우 기자 ] 서울시가 입원한 자영업자에게 병가비를 주는 ‘서울형 유급병가’ 제도의 수혜 대상을 잘못 계산해 예상 수급자가 5배로 증가하는 일이 벌어졌다. 실제 수급자에 대한 면밀한 분석 없이 무리하게 제도를 도입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예상 수급자 급증으로 서울시는 다시 보건복지부와 제도 시행을 위한 정책협의에 들어가 당초 5월 중으로 예정됐던 제도 시행 시점이 불투명해졌다. 서울형 유급병가는 소득이 중위소득에 못 미치는 자영업자와 인턴, 일용직 근로자 등이 질병으로 입원하면 서울시가 하루 8만1184원씩 생활비를 지원하는 제도다.


소요 예산 3배로 불어나

28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서울시는 올 7월 반영할 예정인 추가경정예산안에 서울형 유급병가 명목으로 기존 41억원에 90억원을 추가로 배정하겠다고 지난 24일 시의회에 보고했다. 서울시는 “기존 추계보다 예상 수급자가 5배가량으로 늘었기 때문에 추가 예산 배정을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예산 심의 당시에는 지역건강보험료(2인 가구 기준) 납부액을 기준으로 산정해 예상 수혜 대상자가 1만4610명에 그칠 것으로 봤다. 서울시는 이 같은 내용을 토대로 복지부와의 정책협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수혜 대상자 산정 방식의 적정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전문가들로부터 나오자 서울시는 방식을 수정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해 말 감사원이 저소득층 대상 기초보장제도 전반의 수급자가 과소 추계될 것을 우려해 지역건강보험 가입자를 기준으로 산정하지 말라고 지적했다”며 “이 같은 지적 사항을 참고해 서울형 유급병가 산정 방식도 지난 2월 바꿨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복지부 ‘행복e음시스템’을 활용해 가구원 전체 소득·재산을 기준으로 다시 계산해 예상 수혜자가 7만8897명에 달할 것이란 결론을 도출했다. 예상 수혜자가 기존 추계보다 폭증한 것은 자영업자이면서도 지역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다. 가족 중에 직장건강보험 가입자가 있으면 한 세대로 엮어 지역건강보험료 부담을 회피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은 시의회 심의 당시에도 꾸준히 제기됐다. 하지만 정족수 11명 중 10명이 더불어민주당인 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서울형 유급병가를 재검토 없이 강행하기로 결정했다.

복지부와 다시 정책 협의

서울시는 새로운 추계 결과를 토대로 복지부 사회보장위원회에 서울형 유급병가 제도 변경을 위한 정책협의를 요청한 상태다. 하지만 사회보장위원회가 수혜 대상자가 5배로 늘어난 서울형 유급병가 제도 시행에 동의해줄지는 미지수다.

실제 도입되면 이보다 큰 폭으로 수급자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서울시는 전체 입원자의 30%만 유급병가를 신청할 것으로 예상해 수혜자를 7만8897명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서울시 관계자는 “30%라는 수치에 별다른 근거는 없다”고 밝혔다. 안상훈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스웨덴이 소득대체율 90%로 유급병가제도를 도입했을 당시 스웨덴 자영업자들이 100%에 가까운 신청률을 나타냈다”며 “신청률이 30%에 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자영업자의 가족이 무급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은 한국에서는 사업장이 가동 중이면서도 병가비를 받는 식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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