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포트
상장 앞둔 우버 집중분석
논란 몰고 다니면서도 급성장
차량공유 선두주자
수익 창출이 급선무
[ 오춘호 기자 ]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작은 정보기술(IT) 벤처기업을 운영하던 개릿 캠프는 대도시의 교통 혼잡에 이골이 나 있었다. 몇 번씩 불러도 오지 않는 콜택시 서비스는 너무 실망스러웠다. 택시를 좀 더 쉽게 이용할 수 없을까 고민하던 그는 휴대폰으로 택시를 연결해주는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을 떠올렸다. ‘휴대폰 버튼 하나로 택시를 부를 수 있을 것’이라는 구상이었다.
캠프는 친구인 트래비스 캘러닉과 이런 아이디어를 공유했다. 캘리포니아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캘러닉은 두 번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창업한 경험이 있었다. 첫 번째 기업은 파산했지만 두 번째 개인 간(P2P) 파일공유 시스템업체 스우시는 2007년 대기업 아카마이에 1900만달러에 매각하는 성과를 냈다. 이렇게 둘이 2009년 설립한 회사가 바로 우버다. 다만 한 명의 창업자를 꼽으라면 보통 캘러닉을 꼽는다.
반발 극복하면서 성장
우버는 ‘모든 사람의 개인기사’를 기치로 내세웠다. 초기 우버는 검은색 고급세단으로 사업했다. 가격도 일반 택시의 1.5배로 비싼 편이었다. 택시의 경쟁상대가 될 것 같지 않았다. 그런데도 샌프란시스코의 택시 운전자들이 들고 일어섰다. 택시 기사들의 반발 때문에 고급택시 계획은 접고 일반 공유차 모델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우버의 사업 모델은 크게 두 가지다. 승객을 택시와 연결해주는 ‘우버 택시’와 일반인이 자신의 차량으로 운송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우버 엑스’ 다. 우버는 구글과 여러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자금을 받아 사업을 확장했다. 당시 우버는 평균 2분 만에 도착하는 획기적인 서비스를 제공했다. 전화로 콜택시를 불러야 하는 불편도 없었다. 신용카드로 요금을 받아 결제도 편리했다. 날씨와 시간, 요일에 따른 요금 차등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우버의 연매출은 5년 전만 해도 5억달러에 미치지 못했지만 지난해 113억달러로 불어났다. 2012년 159명이던 직원은 현재 2만2363명으로 늘었다. 세계 700개 이상 도시에서 9100만 명(2018년 기준)이 이용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우버는 대도시가 타깃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뉴욕·샌프란시스코, 영국 런던, 브라질 상파울루 등 5개 대도시가 총수요의 24%가량을 차지한다. 이 같은 대도시 점유율은 우버에 반발하는 택시 기사들의 파업 등을 극복하고 이뤄낸 성과다. 우버는 진출하는 도시마다 택시 기사의 공격을 받으면서 ‘논란을 몰고 다니는 스타트업’으로 불리기도 했다.
우버는 외국 시장 공략에도 적극적이었다. ‘런처’라는 직함의 본사 소속 직원 20여 명이 해외 각국을 공략했다. 런처는 현지에서 필요한 인원을 채용하며 사업 확장에 나섰다. 우버는 2013년부터 프랑스와 영국 이탈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 상륙했다. 2013년 2월 상하이에 진출하면서 중국 시장도 노크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압력과 규제가 만만찮았다. 중국에서 디디추싱과 힘겨운 경쟁을 벌이다 철수하는 쓴맛을 보기도 했다. 올해는 인도 시장에 뛰어들 계획이다.
규모는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적자
우버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369페이지짜리 상장신청서에서 경영상 리스크 요인을 열거한 대목이 50페이지에 이른다. 통상 상장신청서엔 장밋빛 전망이 많다. 하지만 우버는 지금 이익이 나지 않고 앞으로도 수년간 계속 수익이 나지 않을 것이라고 솔직하게 밝혀 눈길을 끈다.
우버는 아직 설립 후 단 한 해도 영업이익을 내지 못했다. 사업 특성상 마케팅과 연구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이 많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기존 택시 사업자와의 치열한 경쟁도 부담이다. 차량 공유 서비스는 진입장벽이 낮아 리프트 등 경쟁 업체가 적지 않다. 우버는 상장신청서에서 “개인 수송이나 식사배달 물류산업은 매우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큰 리스크가 있다”고 인정했다.
운전자 지위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우버는 애초 운전 기사들을 독립사업자로 규정했다. 하지만 기사들은 직원으로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보험과 퇴직금 등 다른 보상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에선 개인사업자로 규정하는 데 합의했지만 영국이나 프랑스에선 직원으로 판결난 상태다. 뉴욕 등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한 곳도 많다. 직원으로 판결나면 비용 증가가 불가피하다.
자율주행이 가장 큰 희망
수익 창출 등 과제가 많지만 여전히 우버는 높은 성장성과 확장성을 인정받고 있다. 주문한 요리를 자전거 또는 자동차로 배달하는 ‘우버이츠’, 자전거공유사업 등은 성업 중이다. 화물트럭 사업도 유망 분야로 꼽힌다.
가장 큰 기대를 받는 것은 자율주행사업이다. 우버는 2016년 우버자율택시사업에 진출한다고 발표했다. 자율주행에 그동안 투자한 금액만 10억달러가 넘는다. 자율주행 자회사인 ATG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일본 도요타와 소프트뱅크, 덴소가 ATG에 투자했다.
우버는 지난 1월 펜실베이니아주 교통 당국으로부터 피츠버그시 공공도로에서의 자율주행차 시험운행을 허가받았다. 지난해 3월 애리조나주 템페에서 자율주행차 한 대가 보행자를 치는 사망 사고가 발생한 지 9개월 만이다. 우버의 자율주행차가 구글과 제너럴모터스(GM) 등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우버만의 독특한 자율주행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4G(4세대) 시대에 스마트폰 앱으로 우버가 성장한 만큼 5G 시대에는 또 다른 플랫폼을 들고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8월 취임한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최고경영자(CEO·사진)는 여행예약 사이트 익스피디아 CEO를 지냈다. 그는 우버로 옮긴 이유에 대해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코스로샤히 CEO는 “우버는 한 시대에 한 번 나오는 기업으로 앞에 놓인 기회가 엄청나다”며 “이제 도시 모빌리티 비즈니스의 일부만 맛봤을 뿐”이라고 말했다.
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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