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저들 옮기면 돈도 따라가
공모펀드는 인력 공백 시달려
[ 최만수 기자 ] 공모 주식형 펀드 시장에서 이름을 날리던 스타 펀드매니저들이 속속 헤지펀드로 이직하고 있다. 헤지펀드는 운용에 제약이 없고 파격적인 성과급을 보장해주기 때문이다. 우수 인력이 쏠리면서 헤지펀드의 전문 역량은 점점 높아지는 반면 공모펀드의 경쟁력은 약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헤지펀드 시장에서 가장 잘나가는 운용사는 씨앗자산운용이다. 작년 하락장에서도 평균 9.70% 수익을 내면서 강남 자산가 사이에 입소문이 퍼졌다. 박현준 씨앗운용 대표는 한국투자신탁운용에서 간판펀드인 ‘네비게이터 펀드’를 운용하던 공모업계의 스타매니저였다. 2017년 독립해 헤지펀드 운용사를 차렸다.
올초에는 신영자산운용의 스타매니저였던 박인희 매니저가 씨앗에 주식운용 담당 부사장으로 합류했다. 박 매니저는 박 대표의 부인이다. 씨앗운용의 설정액은 올초 2332억원에서 4117억원으로 76.5% 급증했는데 상당수 단골이 박 부사장을 따라 신영에서 씨앗으로 자금을 옮겼다는 게 증권가의 후문이다. 민상균 전 한국투자신탁운용 매니저도 곧 씨앗에 입사한다.
NH아문디자산운용의 간판 매니저였던 홍정모 매니저와 고영훈 매니저도 각각 헤지펀드 운용사인 라임자산운용과 아스트라자산운용으로 자리를 옮겼다. 장동원 유경PSG자산운용 헤지펀드본부장은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공채 1기 출신으로 ‘이채원의 후계자’로 불렸다. 작년에는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산하 운용회사, 모건스탠리 등에서 글로벌 정보기술(IT) 전문 매니저로 유명했던 제이 신 매니저가 아스트라자산운용에 합류해 화제가 됐다.
20~30대 펀드매니저 지망생도 대기업 간판을 마다하고 헤지펀드 업계의 문을 두드린다. 펀드매니저의 ‘등용문’이라 불리는 서울대 주식투자동아리 스믹(SMIC) 출신 인재들도 헤지펀드에 몰리고 있다. 증권가의 ‘라이징 스타’로 꼽히는 강현담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매니저, 김민지 머스트자산운용 매니저(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에서 이직) 등이 대표적이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확실한 성과를 보장하는 헤지펀드의 매력에 이끌려 실력 있는 공모펀드 매니저들이 이동하고 있다”며 “스타매니저가 독립해 운용사를 차리면서 공모펀드의 인력 공백으로 인한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