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 KDI 전문연구원 >
1995년 지방자치제도가 처음 시행된 이후 많은 지자체가 지역 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지역 축제를 기획·운영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3일 이상 지속하는 축제를 기준으로 현재 600개 이상의 지역 축제가 열리고 있다.
성공적인 지역 축제가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유용한 방법임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독일 옥토버페스트나 스페인 산 페르민 축제의 엘 엔씨에로(성난 소와 1㎞ 정도 뛰는 행사) 같은 문화 축제 또는 CES(세계 최대 전자쇼), 하노버 메세 같은 산업박람회의 경우 개최 기간 동안 해당 지역 숙박비가 7~10배 뛰는 경우가 흔하다. 행사 기간에 1년 매출의 대부분을 거둬들이는 셈이다.
국내 지자체들도 지역 축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아직은 성과를 내고 있는 축제가 많지 않다. 지자체에 귀감이 될 행사로 ‘광주디자인비엔날레’를 꼽고 싶다. 성공적인 지역 축제가 어떤 요건을 갖춰야 하는지 보여주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지역 행사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먼저 지역 여건에 부합해야 한다. 국내 여러 지역이 고령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디자인’이 유용하다. 정보통신기술(ICT)을 비롯한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신성장 산업은 대부분 ‘와해성(disruptive) 혁신’을 기반으로 한다. 이런 산업군은 고령층이 성과를 내기 어려운 분야다.
디자인 분야는 다르다. 디자인 역량은 새로운 감각 못지않게 다양한 경험과 시행착오 끝에 발휘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차이 때문에 과학기술 분야의 핵심 인재는 30~40대가 주축인 반면, 디자인 분야는 10~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에 걸쳐 있다. 아직 현역으로 활동하는 조르조 아르마니는 1934년생이고 랠프 로런은 1939년생이다. ICT 분야에서 1930년대생이 현역으로 활동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디자인을 바탕으로 한 지역 축제는 비용 대비 경제성 측면에서도 좋다. 디자인에 대한 투자는 일반적인 연구개발(R&D) 투자 대비 3배 이상 많은 부가가치를 올린다고 한다. 투자 대비 매출 증대 효과를 보면 일반 R&D 투자가 5배 수준의 매출 증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 디자인 산업은 14.4배 수준이라는 것이다.
일자리 창출 측면도 마찬가지다. 한국은행 고용유발계수 기준으로 자동차는 7.9, 반도체는 4.8 수준인 데 비해 디자인 분야의 고용유발계수는 16이다.
봄철 다양한 축제가 열리고 있다. 지역 축제 개선 방향을 고심하는 지자체가 있다면 광주디자인비엔날레가 왜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지 떠올려보기 바란다. KDI 전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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