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 稅감면 등 인센티브 줘야
반도체와 車·조선 등 異種협업
정부가 앞장서 판 깔아줘야"
[ 조재길 기자 ] “우리나라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1, 2위 반도체회사를 보유하고 있는데도 중소·중견업체는 저부가가치 분야에만 매달리고 있어요. 글로벌 설계회사와 비메모리 전문인력을 집중 유치해야 글로벌 허브로 도약할 수 있습니다.”
반도체 전문가인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한양대 에너지공학·나노반도체학과 교수·사진)은 2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문재인 정부 첫 산업부 장관인 그는 작년 9월까지 1년3개월간 장관을 지낸 뒤 학교로 돌아갔다.
백 전 장관은 “작년 7월 경기 이천의 SK하이닉스 공장을 방문해 차세대 반도체에 1조5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는데, 핵심이 비메모리였다”며 “메모리 분야는 40년간의 노력 끝에 독보적 경쟁력을 갖췄지만 한계점에 도달한 만큼 차세대 소자와 소재를 개발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장 약한 고리가 반도체 설계 분야의 핵심 인력”이라며 “퀄컴과 같은 세계적인 설계회사와 인력을 유치하려면 파격적인 세제 감면 등 정부 차원의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 글로벌 허브 완성이라는 국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산업부뿐만 아니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교육부 등 범(汎)부처 차원의 종합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백 전 장관은 이종(異種) 업계 간 협업을 특히 강조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자동차와 선박, 드론(무인항공기)을 제조할 때도 자율주행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이때 시스템 반도체가 필수로 들어가는 만큼 반도체와 다른 업종 간 긴밀한 협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선박회사는 반도체를 모르고, 반도체회사는 선박 구조를 모르는 만큼 정부가 나서서 업종 간 협업을 위한 판을 깔아줄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에도 쓴소리를 했다. 백 전 장관은 “국가가 중소·중견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공용 파운드리(수탁생산) 팹(반도체 공장)을 여러 곳에 세웠지만 결국 애물단지가 됐다”며 “반도체 설계회사들이 맞춤형으로 쉽게 제작하고 실증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반도체 시장과 글로벌 흐름을 가장 잘 아는 곳은 기업”이라며 “정부가 현장 목소리에 좀 더 귀를 기울이라”고 주문했다.
백 전 장관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앙처리장치(CPU) 마이크로프로세서(MPU) 등 비메모리 분야의 핵심 시장에서 인텔 등과 경쟁하긴 쉽지 않다”며 “비메모리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훨씬 큰 만큼 일단 시작한 뒤 단기간에 승부를 내겠다는 조급증을 버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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