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내놓기 전 소비자 수요예측 '시험대'로 활용
신세계인터·대상라이프 등 크라우드펀딩 후 제품 출시
펀딩 참여 고객의견 듣고 제품 개선…홍보효과는 '덤'
[ 나수지 기자 ] 환자식 시장 1위인 대상라이프사이언스는 지난해 식사 대용 기능식품인 ‘마이밀’을 준비하면서 고민에 빠졌다. 20~30대 직장인을 겨냥해 식사 대용식 개발에 나섰지만 시장에서 먹힐지 확신이 없었던 것. 장고 끝에 찾은 방법은 크라우드펀딩이었다. 제품을 원하는 투자자들의 자발적 펀딩으로 제품을 개발하는 만큼 시장성을 테스트하기 제격이라고 판단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마이밀은 지난해 5월 첫 펀딩에서 목표금액인 300만원을 훌쩍 넘긴 1772만원을, 올 1월 벌인 2차 펀딩에선 6102만원을 모으며 인기를 끌었다. 마이밀은 펀딩 참여자들의 입소문 덕에 홈쇼핑 등으로 판로를 넓히며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크라우드펀딩에 ‘눈독’들이는 대기업
대기업과 중견기업들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의 자금조달 창구였던 크라우드펀딩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제품을 내놓기 전 소비자 수요를 예측하는 ‘시험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펀딩에 참여하는 고객들의 활발한 피드백을 제품개발 단계에서 적용할 수 있는 데다 펀딩을 전후로 한 입소문 등 홍보효과는 덤이다.
크라우드펀딩은 다수의 개인으로부터 기업이 투자받는 자금조달 방식이다. 기업이 제품을 생산하기 전에 선주문을 받는 ‘리워드형’과 기업 지분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증권형’으로 크게 나뉜다.
중견·대기업들이 선택하는 건 ‘리워드형’이다. 자금 조달이 아니라 제품 수요를 알아보는 게 목적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셋톱박스를 생산하는 휴맥스는 지난해 와이파이 공유기인 ‘티삼이’를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기업인 와디즈를 통해 선보였다. 목표금액은 300만원이었지만 이를 훌쩍 뛰어넘은 1849만원이 모였다. 루이까또즈 핸드백을 생산하는 태진인터내셔날, 자동차용품 전문업체인 불스원 등도 크라우드펀딩을 제품 생산 및 마케팅에 활용했다.
아예 크라우드펀딩을 정식 유통채널로 삼는 사례도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사내벤처가 기획한 브랜드인 플립(FLIP)은 지난해부터 와디즈를 통해 신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플립이 지난해 9월 선보인 구스다운점퍼는 2억5312만원을 끌어모으기도 했다. 사내 디자이너가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이 디자인에 참여한 제품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기획부터 생산 과정까지 소비자가 참여하는 게 브랜드의 기획 의도”라며 “판매 채널도 소비자 참여도가 높은 크라우드펀딩 방식이 제격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저렴한 유통비용에 홍보효과까지
대기업들이 크라우드펀딩을 활용하는 것은 투자자들이 대부분 트렌드에 민감한 ‘얼리어답터’들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문형두 대상라이프사이언스 마케팅실장은 “크라우드펀딩 투자자들은 주로 20~30대 직장인”이라며 “트렌드에 민감한 소비자가 모여있기 때문에 제품의 상품성을 판단하기 제격”이라고 설명했다.
홍보효과도 노릴 수 있다.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한 투자자들은 제품의 ‘서포터’가 돼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상품을 알린다. 목표금액을 채워야 상품을 받아볼 수 있어서다. 투자자들이 SNS에 제품을 지지한다는 서명을 올리면 상품을 주는 식으로 홍보를 유도하는 기업들도 많다.
유통비용이 저렴한 것도 장점이다. 크라우드펀딩으로 판매하는 제품은 일반 소비자가보다 통상 20~30% 싸다. 한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관계자는 “리워드형의 경우 플랫폼에서 가져가는 수수료는 모집금액의 10% 수준”이라며 “홈쇼핑 등 다른 유통 플랫폼에 비해 수수료가 절반가량 낮고 재고비용도 없기 때문에 소비자 가격이 저렴해지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