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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사드보복 아직 안풀렸다는데…중국인 실은 관광버스 남산 뒤덮은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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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중국인 관광객
국내 면세점 실적 잔치



[ 박종필 기자 ]
24일 오전 서울 마포의 한 사후면세점 앞에 45인승 대형 전세버스 여러 대가 줄지어 섰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와 면세점 건물로 들어갔다. 버스 기사에게 “누구를 태웠느냐”고 묻자 “모두 중국 여권을 갖고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경기 고양시 한 호텔에서 태웠다”며 “시내 관광을 하기 전에 들렀다”고 덧붙였다. 인근 주민들은 “대형버스가 요즘 부쩍 늘어 아이들 등굣길이 걱정될 정도”라고 했다. 비슷한 시간 서울 남산 순환로에도 버스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버스에서 내린 사람들은 모두 중국인. 이들은 인솔자를 따라 N서울타워로 향했다.

1분기 방한 중국인 급증

중국인 관광객이 올 들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서울의 주요 관광지와 면세점에 중국인들이 다시 떼지어 나타나기 시작한 것. 중국인 관광객 증가는 수치로 확인됐다. 올 1분기 중국인 입국자 수는 약 133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6% 늘었다. 지난 3월에만 48만7623명이 들어왔다.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 본격화한 2017년 3월 이후 월별 기준 최대치다. 성준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연간 중국인 입국자는 전년 대비 20.2% 증가한 575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의 사드 보복에도 중국인 관광객이 늘기 시작한 것은 여행 스타일이 달라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중국도 해외여행 경험자가 늘어나 개별 자유여행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게 관광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과거 중국인 관광객은 빨간 깃발을 따라 수십여 명이 줄지어 다녔다. 요즘은 아니다. 2~3명, 5~6명씩 소규모 그룹을 이뤄 다니는 형태가 많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2016년 이전까진 단체관광 위주였다면 요즘은 개별 자유여행이 많다”고 말했다. 이들은 중국의 단체관광 제한 대상도 아니다. 한국을 오는 데 별다른 제한이 없다. 남산 케이블카 주차관리요원인 강모씨(56)는 “과거에는 잘 안 보이던 스타렉스, 카니발 등으로 오는 소그룹 중국인들이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이들은 한국에 개별적으로 들어와 한나절, 하루짜리 여행 상품을 구입해 대형버스로 다니기도 한다.

국내 면세점들 사상 최대 매출

기업의 포상 관광이나 사업 목적으로 온 이들도 다시 등장하기 시작했다. 중국 최대 보험사인 핑안보험 직원 3700여 명은 지난 3월부터 순차적으로 한국을 방문 중이다. 이 회사는 직원들 인센티브(포상)를 한국 관광으로 정했다. 사업 때문에 한국에 온 중국인들도 단체관광을 한다. 여기에 일부 오프라인 여행사를 통한 소규모 그룹 관광객, 면세점 대량구매 보따리상(따이궁)들도 있다.

국내 면세점 매출은 크게 늘고 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면세점 매출은 2조165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월 대비 29.5% 증가했다. 월간 기준으로 2조원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라면세점을 운영하는 호텔신라는 올 1분기 실적이 큰 폭으로 뛴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증권은 “호텔신라의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3592억원과 6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와 52% 증가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가도 올 들어 34.6% 뛰었다. 신세계면세점 명동점도 1분기 매출이 20% 증가하는 등 주요 면세점의 실적이 좋아지고 있다. 면세점 ‘큰손’인 중국인 보따리상에 일반 관광객까지 더해져 매출이 증가했다는 게 면세점업계의 분석이다.

‘3불 정책’은 여전해

모두투어 관계자는 “중국계 인바운드 업체(외국인의 국내 여행을 유치·관리·담당하는 여행사)들 일감이 최근 많아졌다”며 “한국 여행 수요를 2년간 눌러놔 일부가 다시 유입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은 2016년 말부터 사드 보복에 나섰다. 중국 방송에서 한국 연예인들이 퇴출된 것이 시작이었다. 이듬해인 2017년 3월 중순 보복은 극에 달했다. 한국 단체관광을 금지했다. 온라인 여행사들이 한국 관광상품을 전부 내렸고, 한국을 향하는 전세기·크루즈선은 사라졌다. 단체관광을 위해 필요한 단체 비자 발급도 중지됐다.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 ‘3불(不)정책’이다. 이 영향으로 2016년 800만 명을 넘었던 중국인 입국자가 2017년 416만 명으로 반토막이 됐다. 2017년 4월 중국인 방문객은 22만 명에 그쳤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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