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등 경기하강론 반박
"구조적 장기침체도 없을 것"
[ 주용석 기자 ] 래리 커들로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사진)이 “올해와 내년 미국 경제가 3%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미국 경기가 하강 국면에 들어섰다고 진단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경제참모는 낙관론을 펼쳤다.
커들로 위원장은 23일(현지시간) 워싱턴DC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열린 강연에서 “지난 10년간 1분기는 계절적 요인 등 다양한 이유로 연중 성장률 수치가 가장 나빴는데도 애틀랜타연방은행은 올 1분기 성장률을 2.8%로 예상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미국 경제는 지난해 2.9% 성장했다. 커들로 위원장의 말대로라면 미 경제는 호황을 누린 지난해보다 올해와 내년이 더 좋을 것이란 얘기다.
IMF는 지난 12일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올해 2.3%, 내년에 1.9%로 내리막길을 탈 것으로 내다봤다. 미 의회예산국도 올 1월 보고서에서 미 경제가 올해와 내년에 각각 2.3%와 1.7% 성장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월가 일각에선 커들로 위원장의 성장률 전망치가 지나치게 ‘장밋빛’이라며 내년 대선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분석했다.
커들로 위원장은 “미 경제가 구조적 장기침체(secular stagnation)에 빠질 것이란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구조적 장기침체론은 경제가 성숙 단계에 도달한 상황에서 만성적 수요 부족과 기업의 투자 회피로 경기가 장기침체를 겪게 된다는 이론이다. 이런 진단을 내린 대표적 학자는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다.
커들로 위원장은 사회주의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사회주의는 루저(패배자)”라며 “집단주의, 중앙계획 경제, 정부가 운영하는 경제는 역사적으로 실패했고 번영이 아니라 빈곤을 낳는다”고 했다. 민주당 일각에서 거론하고 있는 전 국민 건강보험, 그린뉴딜(정부 주도의 친환경 인프라 투자) 등을 겨냥한 비판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2월 5일 새해 국정연설에서 한때 남미 부국이었던 베네수엘라가 사회주의 정책으로 가난해진 사실을 거론하며 “미국은 사회주의 국가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커들로 위원장은 미국의 이란산 원유 수출 전면 봉쇄로 국제 유가가 급등한 것과 관련해선 “유가에 실질적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국제 유가가 장기적으론 안정세를 나타낼 것이란 예상이다. 그는 ‘신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연료 투자를 늘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엔 “신재생 에너지, 화석연료, 원자력 모두 공정한 경쟁의 장이 중요하다”며 “보조금을 없애고 정부가 승자와 패자를 정하지 않아야 한다”고 답했다.
미국의 기준금리에 관해선 “미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커들로 위원장은 “Fed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에 대해선 “아직 (최종 합의에) 도달한 것은 아니지만 많이 진전됐다”며 조심스럽게 낙관론을 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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