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 변호사들 공익활동 의무화
국가유공자 공익소송 등 지원
장애인 고용하고 탈북민 돕기도
전문적 봉사 위한 전담 재단 설립까지
[ 신연수 기자 ] 요즘 로펌업계에선 ‘로펌의 사회적 책임(LSR)’이란 말이 유행이다. 로펌이 대형 기업으로 발돋움하자 이미지도 중요한 마케팅 요소가 되면서다. 로펌들은 공익 활동을 전담하는 별도의 재단과 위원회를 구성해 더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프로보노(전문성을 활용한 공익활동)에 나서고 있다.
난민·국가유공자 공익 소송 승소
법무법인 지평은 국내 로펌 가운데 공익활동을 가장 활발히 하는 로펌으로 알려졌다. 현행 변호사법에 따른 공익활동 의무시간은 20시간이지만 지평은 지난해부터 자체적으로 소속 변호사의 의무 공익활동 시간을 30시간으로 확대했다. 사단법인 두루(이사장 김지형)에는 로펌 기반 공익법률단체 가운데 최대 규모인 공익변호사 8명이 상근하고 있다. 지난해 공익활동 참여 변호사 비율은 96.53%로 변호사 1인당 평균 공익시간은 54.02시간이었다. 한 해 동안 공익소송 66건, 공익자문 의견 315건, 공익상담 267건을 수행했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2009년 국내 로펌 최초로 공익활동 전담 재단법인 동천(이사장 차한성)을 설립했다. 태평양과 동천은 난민, 이주외국인, 사회적 경제, 장애인, 북한·탈북민, 여성·청소년, 복지 등 7개 영역에 걸쳐 공익소송 및 자문 등 법률지원, 제도 개선 등에 나서고 있다. 최근 난민 자녀의 장애인등록거부처분취소 소송을 승소로 이끌며 난민도 장애인 등록이 가능하도록 장애인복지법이 개정되는 계기를 만들기도 했다. 지난해 소속 변호사의 약 75%가 공익활동에 참여하고 1인당 연평균 약 57시간의 공익활동을 했다.
법무법인 광장은 지난해 6·25전쟁에 민간인으로 군수 물자를 나르다 사망한 고인의 유족이 보훈처를 상대로 낸 행정소송을 무료로 대리해 승소를 이끌어냈다. 대법관을 지낸 신영철 변호사 등 ‘최정예’ 팀을 꾸려 전쟁에 참여한 민간인이 국가유공자로 등록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엔 독방 구금 관련 법령 연구 작업에 한국 로펌 대표로 참여하기도 했다. 매달 성남시에 있는 사회복지법인 안나의집에서 노숙인을 상대로 무료법률상담을 하고 소속 변호사와 탈북 대학생들의 멘토링 프로그램 등도 운영하고 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사회공헌위원회는 여성의 전화, 중앙가정위탁지원센터 등 21개 비영리·공익 단체와 업무협약을 체결해 무상으로 법률자문을 제공한다. 2012년부터 매주 토요일 지역아동센터에서 소속 외국인 변호사들이 차상위계층 아동을 대상으로 영어회화를 가르치는 등 아동·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2017년 영국 법률전문매체인 후즈후리걸에서 사회공헌 분야 ‘세계 최고 프로보노 로펌’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장애인 고용부터 공익상 시상까지
법무법인 율촌은 국내 로펌 최초로 장애인고용공단을 통해 중증장애인을 고용하고 일반 직군에서도 장애인 고문을 고용해 장애인고용 우수사업장에 선정되고 장애인고용촉진유공자표창도 수상했다. 2014년 설립한 사단법인 온율(이사장 소순무)과 율촌은 서울교육청과 업무협약을 맺고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법률교육을 해 호응을 얻었다.
법무법인 화우는 2014년 화우공익재단(이사장 박영립)을 출범시키고 한센인 인권, 외국인·노동자, 환경·보건, 홈리스 등 전문 분과를 통해 공익상담 및 공익소송을 수행해왔다. 산하에 ‘공익법률상담 및 분쟁조정센터’를 설치해 사회 취약계층을 위한 상시 법률상담을 하는 동시에 동자동 쪽방촌과 성남시 외국인주민복지지원센터에서 정기적으로 법률상담을 진행한다.
법무법인 세종은 2014년 사단법인 나눔과이음(이사장 김용담 전 대법관)을 발족해 북한이탈주민 지원에 앞장서고 있다. 탈북 대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소속 변호사들이 직접 멘토로 학습과 정서적 측면을 지원한다. 그밖에 탈북민을 위한 생활법률교육, 무료법률상담 등을 하고 있다. 공익단체 탁틴내일과 협력해 진행하는 ‘코피노 프로젝트’는 한국인 아버지로부터 버림받고 필리핀 어머니와 생활하는 코피노들의 인지확인 청구 및 양육비 청구 등 법률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법무법인 바른이 2017년 설립한 공익사단법인 정(이사장 김용균·김재홍)은 ‘바른 의인상’을 제정해 이웃을 위해 희생했거나 사회 발전에 기여한 인물을 선정해 시상하고 있다. 지난해 첫 수상자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故) 김복동 할머니를 선정했다.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구조사업 등도 수행 중이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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