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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한 추억을 팝니다"…'뉴트로'에 빠진 식품회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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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층 향수 자극하고
1020세대엔 '새로운 경험' 제공



[ 김보라 기자 ] 958년 제일제당(현 CJ제일제당)은 세 가지 밀가루를 내놨다. 삼성(1급), 월세계(2급), 미인(3급) 등의 이름을 붙였다. 먹을 게 귀했던 시절 선망의 브랜드였다.

CJ제일제당은 이 가운데 ‘미인 밀가루’의 로고와 제품명 등을 그대로 따온 새로운 제품을 22일 내놨다. 설탕, 밀가루, 참기름, 소금이 포함된 ‘백설 헤리티지 에디션’이다.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추억의 브랜드이고, 20~30대에겐 완전히 새로운 제품이다.

옛것에 새로운 해석을 입히는 ‘뉴트로(new+retro)’ 트렌드가 올봄 식품업계를 장악했다. 뉴트로 전략은 제과·빙과 업체들이 먼저 들고나왔다. 1970년대부터 1990년대에 히트했던 상품을 재출시했다. 별뽀빠이, 치토스, 서주아이스크림 등 수많은 제품이 쏟아져 나왔다. 최근 주류회사와 종합식품회사까지 가세했다.

식품회사, 뉴트로 트렌드 왜

유행은 패션업계에서 가장 먼저 시작한다. 뉴트로도 마찬가지였다. 작년부터 큰 로고의 티셔츠, 발목양말과 투박한 운동화 등이 유행했다. 식품업계 상품기획자들이 이 트렌드를 놓치지 않았다. 국내 식품회사들은 대부분 50년 전후의 역사를 갖고 있다. 고도 성장기에 ‘국민 과자’ ‘국민 라면’ 등으로 불린 많은 히트 상품을 갖고 있다. 이는 뉴트로 트렌드에 맞게 변형시킬 만한 자산이었다.

식품업체들은 단종됐던 제품을 재출시하거나 기존 제품의 패키지를 바꾸는 방식으로 뉴트로 열풍에 올라탔다. 농심은 ‘해피라면’을 30여 년 만에 다시 선보였다. 1982년 출시됐다가 1990년대 초 신라면과 안성탕면에 밀려 퇴장한 제품이다. SPC삼립도 1980년대 선보였던 ‘우카빵’과 ‘떡방아빵’에 크림과 찹쌀떡을 추가해 다시 내놨다. 남양유업은 30~40년 전 자판기에서 먹던 우유 맛을 재현한 ‘3.4우유맛 스틱’을 당시 마스코트였던 코끼리 캐릭터와 글씨체까지 살려 내놨다.

롯데제과는 판매되고 있는 제품을 옛 패키지로 바꿔서 내놨다. 깡통에 든 사탕 ‘사랑방선물’ 캔디를 오래전 패키지 그대로 내놨고, 꼬깔콘은 30년 전 그대로 분홍색 패키지를 살리고 육각 박스에 넣어 내놓기도 했다.

식품업계 새로운 출구

취향이 세분화되고 빠르게 변하면서 메가 히트 제품이 사라진 식품업계에 뉴트로는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중장년층의 향수를 자극하고, 젊은 세대에게는 오래된 것의 신선함으로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미영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빠른 경제산업 발전을 이룬 한국은 문화적 자산이 부족한 반면 수십 년간의 브랜드 유산을 가진 기업들이 뉴트로 마케팅에 유리한 자산을 많이 갖고 있다”면서 “추억의 콘셉트를 가져오면서 주 소비층인 1020세대의 취향에 맞춘 콘텐츠를 갖춰야 뉴트로 마케팅에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가 이 조건에 맞는 사례다. 이 회사는 95년 전의 원조 진로소주 ‘두꺼비소주’를 뉴트로 디자인으로 바꿔 재출시했다. 광고 카피도 ‘진로이즈백(진로가 돌아왔다)’으로 정했다. 하지만 소주의 알코올 도수는 최근 흐름에 맞게 16.9도로 맞췄다.

메가 히트 제품 없이 ‘미투 제품’만 넘쳐나던 식품업계는 뉴트로에 힘입어 다양한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식품 회사 직원들은 역사 공부를 시작했다.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인기 있었던 제품들의 패키지를 연구하고, 당시 유행하던 감성 코드를 이해하기 위한 스터디 모임도 생겼다.

■뉴트로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신조어다. 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소비 트렌드를 뜻한다. 레트로가 단지 과거를 그리워하며 향수를 느끼는 것에 그친다면 뉴트로는 옛것을 ‘신상품’처럼 즐기는 트렌드다. 1970년대에 유행했던 것을 전혀 모르는 1020세대가 당시의 문화나 상품을 신선하고 재미있다고 느끼며 적극적으로 소비한다는 의미로 쓰는 말이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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