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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 칼럼] 북아일랜드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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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현 논설위원


[ 고두현 기자 ]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둘러싼 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영국령 북아일랜드에서 폭력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주에는 북아일랜드 독립과 아일랜드섬의 통일을 주장하는 반체제단체의 총격으로 취재 기자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유혈 사태가 터지자 브렉시트 이해당사국인 영국과 아일랜드, EU가 모두 긴장하고 있다.

이번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단체는 과거 북아일랜드 무장조직 아일랜드공화국군(IRA)의 후예를 자처하는 ‘신(新)IRA’다. IRA는 1972년 폭탄 테러로 9명이 숨진 ‘피의 금요일’을 비롯해 1990년대까지 30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급진 무장조직이다. 1998년 영국과 아일랜드가 벨파스트 협정으로 평화를 찾은 뒤 해체됐다가 최근 되살아났다.

벨파스트 협정 당시 영국은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간 자유로운 통행·무역을 보장했고, 아일랜드는 북아일랜드 지역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포기했다. 그러나 브렉시트로 인한 갈등이 심화되자 신IRA는 영국이 EU에서 탈퇴하면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의 자유로운 왕래가 불가능해질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영국이 브렉시트를 강행하면 영국령인 북아일랜드와 EU 회원국인 아일랜드 사이의 관세 장벽을 복원해야 한다. 이런 혼란을 막기 위해 ‘백스톱(backstop·안전장치)’이 필요하다.

백스톱은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의 ‘하드 보더(hard border·국경 통과 시 통행과 통관 절차를 엄격히 적용하는 것)’를 막기 위한 방안이다. 핵심 내용은 브렉시트 이후에도 당분간 영국을 EU 관세 동맹에 남기는 것이다. 그러나 영국 의회는 백스톱 종료 시점이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이에 반대하고 있다.

영국이 이 문제에 관해 제대로 된 합의를 하지 않은 채 ‘노딜 브렉시트(no deal Brexit)’를 강행하면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국의 지위를 상실하게 된다. 북아일랜드 지역은 더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다. 지난해 이 지역의 수출품 중 33%가 아일랜드로 향했다. 관세 장벽이 생기면 북아일랜드 지역 경제는 파국을 맞는다.

더 큰 문제는 북아일랜드에서 민족주의 분쟁이 되살아나는 것이다. 자칫하면 영국이 북아일랜드를 잃을 수 있다. 오래된 역사 갈등이 재연될 수도 있다. 영국 지배 시절 북아일랜드에 이주한 신교도들은 1921년 아일랜드가 영연방에서 완전 독립할 때 영국에 남는 쪽을 택했다. 인구 180만 명에 남한 면적의 8분의 1밖에 안 되는 북아일랜드가 브렉시트의 또 다른 뇌관이 된 배경에는 이렇게 복잡한 역사가 얽혀 있다.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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