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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銀, AI로 서류 수백장 분석…감정평가도 '뚝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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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디로봇' 시스템 10월 도입
단순 서류 처리 자동화
업무 처리 속도 대폭 빨라져

진옥동 행장 "디지털 뱅크 고삐"



[ 정지은 기자 ] 신한은행이 인공지능(AI) 기술을 융합한 업무 자동화를 추진한다. 국내 은행권에선 처음이다. 정보기술(IT) 기업에 주로 적용됐던 AI 기술이 변화에 둔감한 편인 은행 업무까지 파고들기 시작한 것이다. 업무 처리가 빨라지는 것은 물론 고객 편의 측면에서도 효과가 클 것으로 신한은행은 기대하고 있다.

단순 업무는 모두 로봇으로

신한은행은 AI 기술을 기반으로 업무를 지원하는 시스템 ‘핸디로봇’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로봇기반업무자동화(RPA)와 관련한 두 번째 프로젝트다. RPA란 사람이 반복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단순 업무를 로봇 소프트웨어를 통해 자동화하는 솔루션을 일컫는다. 단순 프로그래밍보다 한 단계 더 복잡한 명령을 수행할 수 있다. 특정 사항과 관련된 시스템에 접속해 각종 작업을 대신하는 게 핵심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RPA 프로젝트로 향후 5년간 최소 65억원 이상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업무 처리 속도가 빨라져 회전율과 효율성을 한꺼번에 끌어올릴 수 있는 데다 종이를 아끼는 페이퍼리스(paperless) 환경도 구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오는 9월 말까지 14개 부서의 30개 업무를 자동화할 계획이다. 지난해 RPA 첫 번째 프로젝트를 통해 외화 송금내역 점검 및 출력, 파생상품 거래문서 작성 등 13개 업무의 자동화를 추진한 데 이어 한층 넓은 범위에서 업무를 고도화하는 것이다.

올해는 여신심사 및 신용평가의 서류 이미지 등록부터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운용 지시 및 금리 등록도 로봇 소프트웨어가 자동 처리하도록 할 계획이다. 퇴직연금 지급 일괄 접수,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의 제재대상 연관 송금 여부 필터링 업무도 자동화 대상이다.

신한은행은 또 AI 기술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비정형 문서 자동인식 시스템’ 도입을 추진 중이다. 이 시스템은 다양한 형태의 서류를 빠르게 인식하고 해당 내용을 데이터화해준다. 올해 10월 부동산 감정평가 업무에 먼저 적용될 것으로 전해졌다. 부동산 감정평가서에 포함된 서류는 종류가 많고 양식이 제각각이어서 자동 인식이 어렵다. 그동안은 관련 서류 정보를 직원들이 대부분 수기로 입력했다. 신한은행은 이 시스템을 여신 업무 외에 외환, 퇴직연금 업무 등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디지털 고삐 더욱 조인다

올 하반기 이 같은 변화가 적용되면 내년에는 은행 업무 전반의 모습이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RPA 두 번째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디지털화에 본격적으로 고삐를 조이겠다는 방침이다. 진 행장은 지난 3월 취임 직후 “많은 변신을 통해 은행을 디지털 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디지털 기업이 되기 위해 채용 방식도 바꾸겠다고 했다. 진 행장은 “IT 기본 소양을 갖춘 인력을 뽑아 영업점에 투입해 고객의 디지털 요구를 빠르게 파악하는 형태로 조직을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은행에서도 신한은행의 이번 프로젝트를 주목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에 초점을 맞춘 혁신은 특정 은행이 아닌, 은행권 전반의 화두이기 때문이다. 은행 관계자는 “단순 조직개편이나 업무 혁신 방안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에서 변화가 생겨나고 있다”며 “얼마나 안정적으로 자리잡느냐에 따라 다른 은행의 움직임도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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