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항공산업은 '30-50 클럽' 전유물
IT 경쟁력을 기반 수출산업으로 키워
안보 및 일자리 두 마리 토끼 잡아야
류장수 < 한국우주기술진흥협회장·AP위성 대표 >
우리나라는 지난해 말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30-50 클럽’에 가입했다. 일자리 감소와 인구 고령화 등으로 경제전망이 어두운 가운데서도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인구 5000만 명’에 도달한 것이다. 30-50 클럽 가입의 의미가 작지 않은 것은 이미 가입한 국가가 미국,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일본 등 강국이기 때문이다. 약소국 신세로 식민 지배를 당한 국가 중에서 한국이 유일하게 가입했다는 외신 보도는 별도로 하고, 우리나라의 현재 국력은 아무리 과소평가해도 단군 이래 최고 상태에 도달했다고 본다.
문제는 이렇게 힘들게 이룩한 경제적 성과를 앞으로 계속 유지할 수 있는지 여부다. 1900년대 세계 경제의 롤모델이던 아르헨티나와 최근 그리스의 몰락이 결코 남의 일만은 아니다. 그렇다면 한국이 향후 10년, 20년 뒤에 아르헨티나나 그리스처럼 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간단하다. 30-50 클럽 국가의 성공 스토리는 따르되, 몰락한 국가의 전철은 밟지 않으면 된다.
그럼 산업 분야에서 30-50 클럽 국가들의 성공스토리는 무엇일까?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세계 우주항공 시장 장악이다. 한국을 제외한 30-50 클럽 국가 6개국 모두 우주항공산업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인공위성, 우주발사체, 항공기를 전 세계에 수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우주항공산업을 수출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
우리나라 우주항공산업은 다른 산업 분야에 비해 뒤떨어져 있는 게 사실이다. 발전이 늦은 요인 중 하나는 30-50 클럽 국가들의 심한 견제라고 본다. 일례로 인공위성이나 항공기 사용을 최종 승인받기 위해서는 국제적 품질인증 절차를 통과해야 한다. 우주항공 품질인증 규격은 승인받기가 어렵다는 방위산업에 적용하는 국방규격(MIL SPEC)과 비교해도 훨씬 까다롭다. 이를 만들거나 승인하는 권한을 30-50 클럽 국가가 움켜쥐고 있다. 물론 인공위성과 항공기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그런데 30-50 클럽 국가들은 이 분야를 독점하기 위해 각종 진입장벽을 두고 ‘그들만의 리그’로 만들어놨다.
30-50 클럽 국가가 다른 국가들을 경계하는 또 다른 이유는 우주항공 기술의 성취도는 국력의 상징으로 자국 및 지역 안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고 수준의 우주항공 기술 보유국이 강대국으로 평가돼 왔고 그들이 바로 30-50 클럽 국가다.
이제 기회는 왔다. 30-50 클럽에 가입했으니 기존 가입국의 견제를 뚫고 들어갈 수 있는 명분은 확보했다. 남은 것은 반드시 육성하겠다는 의지와 실천이다. 심하게 표현하면 우주항공산업 육성 없이는 30-50 클럽 가입국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기 어렵다.
현재 우주항공산업 육성정책에서 우주산업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항공산업은 산업통상자원부가 담당하고 있다. 우주산업은 최근 4차 산업혁명 물결과 관련해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성장 가능성이 가장 높은 데다 일자리 창출 산업으로 발전할 여지가 커서다.
내년부터 30-50 클럽 국가뿐 아니라 중국, 인도, 아랍에미리트(UAE), 러시아 등 세계 각국이 달과 화성 탐사에 본격 착수한다. 정보기술(IT)로 산업 발전의 기반을 닦아놓은 한국으로서는 반드시 우주산업 선진국가 반열에 올라서야 한다.
과기정통부의 우주산업 육성 의지는 강해 보인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은 우주개발 국가예산의 증액이다. 우리나라는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에서 우주개발 예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30-50 클럽 국가 중 가장 낮다. 2017년 기준 미국이 34%, 프랑스 18%, 일본이 8.8%인 데 비해 한국은 3.3%에 불과하다. 이른 시일 내에 최소한 2배 정도의 증액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우주산업 육성에 필수적인 IT산업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우주산업 육성 의지와 예산이 뒷받침된다면 빠르게 수출산업으로 키울 수 있으며 30-50 클럽 유지에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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