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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서울 집값 '바닥' 찍었나…강남 주요단지 속속 반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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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25區 중 12곳
매매가격 보합·상승세



[ 양길성/윤아영/이유정 기자 ]
서울에서 역대 최고 거래가를 기록하거나 지난 1~2월 저점 대비 1억~2억원 급등하는 단지가 줄을 잇고 있다. 서울 집값이 바닥을 확인했다는 진단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2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서울 강남권 입주 10년차 전후 아파트들이 작년 최고가 수준에 거래됐다. 도곡동 도곡렉슬(전용면적 114㎡)은 이달 초 25억7000만원에 매매됐다. 지난해 최고가(25억7000만원)와 같은 가격이다. 신천동 파크리오 전용 84㎡는 이달 초 15억9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지난해 8월의 역대 최고 거래가(16억원)와 별 차이가 없다. 역대 최고 거래가를 기록한 단지도 나왔다. 서초동 더샵서초(전용 152㎡)는 지난달 역대 최고가인 15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2월 14억원에 거래된 뒤 4개월 만이다. 지난해 9·13대책 이후 낙폭이 가장 컸던 강남권 재건축단지도 1억~2억원씩 급반등했다. 대치동 은마(전용 84㎡)는 지난달 최고 18억원에 거래됐다. 전월(16억9000만원) 대비 1억원 넘게 올랐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25개 구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2개 구가 보합 또는 상승세를 나타냈다. 재건축 대상 아파트값은 지난주 0.05% 오르면서 올 들어 두 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강남3구 '급매' 사라지고, 중랑·금천·관악 6억 이하 주택 상승 전환

지난 20일 오후 서울 반포동의 한 단지 내 중앙상가. M공인 관계자는 ‘급매물’이라고 적은 매물장 서너 장을 한 달 만에 뗐다. 지난달 집주인들이 일반 호가보다 1억원가량 낮은 가격에 내놓은 급매물이다. M공인 관계자는 “보름 전 거래가 끝났거나 집주인이 매물을 회수한 물건”이라고 말했다. 같은 상가에 들어선 중개업소 20여 곳에서도 급매물은 찾기 힘들었다.

서울·수도권 집값을 선도하는 강남권에 봄바람이 불고 있다. 급매물이 소화되면서 이달 들어 실거래가격이 최저점 대비 1억~3억원 올랐다. 강북 일부 뉴타운에서도 급매물들이 팔려나가고 있다.


가격 반등 확산

강남3구 부동산 시장은 대부분 회복세를 보였다. 반등세는 잠실이 주도하고 있다. 잠실동 ‘리센츠’(전용 84㎡)는 지난달 16억8700만원에 손바뀜했다. 실거래가격이 14억5000만원까지 떨어졌던 주택형이다. ‘엘스’(전용 84㎡)도 지난 2월 16억7000만원에 거래돼 작년 6월 가격까지 회복했다.

이 같은 반등세는 반포 대치 역삼 압구정동 등의 신축아파트와 재건축 대상 아파트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반포동 ‘반포자이’(전용 59㎡)는 지난달 중순 18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한 달 전(15억5600만원) 대비 3억원가량 올랐다. 반포동 M공인 관계자는 “실수요자 중심으로 ‘갈아타기’를 하는 거래가 대부분”이라며 “반포동으로 오는 실수요자는 현금이 넉넉한 편이라 가격대만 맞으면 거래가 이뤄진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대치동 ‘은마’ 전용 84㎡는 지난달 최고 18억원에 손바뀜했다. 전달 거래가(16억9000만원) 대비 1억원 넘게 올랐다. 대치동 J공인 관계자는 “지난달에만 8건가량 거래됐다”며 “급매물이 모두 소진되자 일부 집주인이 18억5000만~19억원까지 호가를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강북권에선 일부 뉴타운을 중심으로 급매물이 소화되는 추세다. 서대문구 ‘DMC파크뷰자이’ 전용 84㎡ 호가는 9억원 초반으로 올랐다. 8억원 초반에 나온 급매물이 10건가량 소화되면서다. 인근 D공인 관계자는 “지난해 10억원대에 거래되던 주택형이어서 인근 주민들이 8억원대면 매입할 만하다고 생각해 달려들었다”고 전했다.

이 외에 정부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저가주택 밀집지역도 보합 또는 강보합세로 돌아섰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송파구(0.04%), 중랑구(0.01%), 금천구(0.01%), 관악구(0.01%) 등의 아파트값이 지난주 상승했다. 중구 등 8개 구는 보합세로 바뀌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값싼 서울 외곽지역이 상대적으로 부동산 규제의 영향을 덜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영향으로 서울 전체 낙폭도 줄고 있다. 지난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부동산114 기준)은 전주 대비 0.06% 하락했다. 지난 3월 4일(-0.11%) 이후 5주째 하락폭이 줄고 있다. 거래량도 소폭 증가했다. 지난달 강남4구 주택거래량은 887건으로, 전월(633건) 대비 늘었다. 서울은 같은 기간 4552건에서 5633건으로 증가했다.

“버티자” 분위기 확산

일선 중개업소들은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나온 뒤 급매물이 빠른 속도로 소화됐다”고 입을 모았다. 보유세 부담이 생각보다 크게 늘지 않자 집주인들이 ‘버티기’로 돌아섰다는 분석이다.

신만호 압구정동 중앙공인 대표는 “압구정 현대아파트 공시가격 인상폭은 7~15% 정도”라며 “늘어나는 보유세가 수백만원 정도여서 집주인들이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오경란 반포동 동아공인 대표는 “대폭 인상된 공시가격이 나오면 매물이 급증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며 “인상폭이 예상 이하로 나오자 급매물을 거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다만 서울 아파트값이 다시 작년 여름처럼 과열 양상을 나타내지는 않을 것으로 대다수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작년 9·13 대책 이후 호가가 떨어졌을 뿐 실거래가격이 떨어진 단지는 많지 않았다”며 “보합세 속에서 매수자와 매도자 간 관망세가 더 깊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거시 경제가 나빠 부동산 시장을 낙관하기 힘들다는 의견도 있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저평가된 지역으론 자금이 몰려 최고가를 찍겠지만 거시경제 사정이 좋지 않아 서울 전반으로 상승세가 확산하긴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길성/이유정/윤아영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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