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표 취임 후 첫 장외투쟁…여야 '대결정치' 격화
黃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대변인"
靑 "색깔론 매몰된 정치공세"
[ 임도원 기자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취임 후 첫 장외 투쟁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김정은의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정면으로 겨냥했다. 그동안 거리를 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을 끌어안는 등 전통적 지지층 결집에 주력하는 모양새였다. 청와대와 여당은 황 대표의 발언에 대해 “구시대적 색깔론”이라며 강한 유감을 표시, 정국은 더욱 얼어붙을 전망이다.
보수 대통합 행보에 나선 황교안
황 대표는 지난 20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문재인 STOP(멈춤), 국민이 심판합니다’ 집회에서 “경제 살릴 외교는 전혀 하지 않고 김정은 대변인 역할만 하고 있다”며 문 대통령을 직접 공격했다. 그는 “문 대통령은 대북제재를 풀어달라고 사방팔방 돌아다니며 구걸하고 다니는데, 대한민국 자존심을 어디다 팔아놓았느냐”며 “김정은을 대변하는 일을 중단하고 무너진 한·미동맹을 즉각 복원하라”고 촉구했다.
정치권에서는 황 대표가 지난 2월 취임 후 4·3 국회의원 보궐선거 등을 거치며 리더십 구축에 자신감이 붙자 대중적 지지세를 강화하면서 보수통합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른 한국당 주요 인사들도 문 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당 좌파독재저지특별위원회 위원장인 김태흠 의원은 “후안무치한 문재인 독재정권”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김경수 보석 석방을 보면 반문(반문재인)과 친문(친문재인)이 법 앞에 평등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국 253개 당원협의회가 총동원된 이날 집회에는 2만여 명(한국당 추산)이 운집했다. 경복궁 인근 세종대로 시작점부터 세종문화회관 앞까지 120m가량을 가득 메운 참가자들은 당 지도부 연설 후 청와대까지 거리행진을 벌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도 요구
황 대표는 이날 집회에서 직접적으로 박 전 대통령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힘도 없는 지난 정권 사람들은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잡아넣고, 아무리 큰 병에 시달려도 끝끝내 감옥에 가둬놓고 있다”며 간접적으로 박 전 대통령 석방을 요구했다.
황 대표는 지난 2·27 전당대회 경선 과정에서는 ‘친박(친박근혜)계’라는 수식어를 의식한 듯 “박 전 대통령 수인번호를 모른다”고 언급하는 등 박 전 대통령과 다소 거리를 뒀다. 그러나 지난 17일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 후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이렇게 오래 구금된 전직 대통령은 안 계시다”고 지적하며 박 전 대통령 끌어안기에 나섰다.
집회 전날인 19일 페이스북에 “문 대통령에게 저도 속고 우리 당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고 적은 글은 박 전 대통령이 2008년 3월 한국당(당시 한나라당)의 공천을 비판하며 “저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고 한 발언을 떠올리게 했다. 다만 이날 집회에서 단상 앞에 앉은 황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등 한국당 지도부는 태극기를 들지 않았다. ‘태극기부대 집회’라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靑 “강한 유감”…민주당 “정치공세”
청와대와 여당은 한국당 장외 집회에 대해 “색깔론에 매몰된 정치공세”라고 비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21일 황 대표의 발언을 언급하며 “과거에 사로잡힌 모습에 개탄을 금치 못한다”고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이 관계자는 “거리가 아닌, 민생의 전당인 국회에서 본분을 다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지적했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제1야당의 사사건건 발목잡기와 시대착오적 억지 정쟁 탓에 귀한 시간을 허송하고 있다”며 “한국당과 황 대표는 ‘도로친박당’으로 회귀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의 그때로 대한민국을 되돌리고 싶은 것이냐”고 반문했다.
바른미래당은 민주당과 한국당 모두를 비판하고 나섰다.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장외 집회와 투쟁은 민주당의 ‘전매특허’로 나무랄 자격이 있는 사람이 나무라야 한다”며 “민생을 외면하기에는 집권 여당이 더하면 더하지 결코 덜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국당에 대해서도 “집회에서 나온 발언들이 국민 공감을 얻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