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 - 요기요 할인 경쟁에
치킨 비수기 3~4월에 주문 몰려
'얄미운 배달앱'이 효자로
[ 김보라 기자 ]
3월은 치킨 비수기다. 방학이 끝나면 배달 주문량이 확 줄어든다. 5월 나들이 시즌 전까지 치킨집들은 버텨내야 한다. 하지만 올해 3월은 달랐다. 평년 대비 주요 프랜차이즈 가맹점 매출이 많게는 두 배나 늘었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 배달 앱(응용프로그램)업체들이 마케팅 경쟁에 나섰기 때문이다. ‘반값 치킨’ ‘매일 선착순 5000명에게 치킨 0원’ 행사 등이 석 달째 이어지면서 가맹점주 사이에서는 “오랜만에 장사할 맛 난다”는 말까지 나온다.
어제의 적, 오늘의 파트너로
가맹점주들은 배달 앱을 좋아하지 않았다. 앱 가입자 수가 늘어 본사 콜센터나 점포를 통한 직접 주문이 줄었기 때문이다. 앱을 통해 주문을 받으면 주문 수수료와 배달대행 수수료까지 내야 한다. 이 비용이 2500~4000원 정도다. 수익성이 그만큼 나빠졌다. 배달 앱 입점 수수료와 광고비도 부담이었다. 소비자들이 배달 앱으로 몰려가자 가맹점주들은 본사에 “치킨값을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지난해 치킨값 배달료 부과와 가격 인상의 주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올 들어 분위기가 바뀌었다. 프랜차이즈와 배달 앱이 ‘공생’에 나섰기 때문이다. 요기요와 BBQ가 먼저 시작했다. 지난 2월 ‘황금올리브치킨 반값 할인행사’를 벌였다. 1만8000원짜리 치킨을 9000원에 팔았다. 할인액 9000원은 요기요와 BBQ 본사가 부담했다. 서울 송파구에서 BBQ를 운영하는 가맹점주는 “행사 때 매출이 두 배 정도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가맹점주와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아 BBQ와 요기요의 할인행사는 지금까지 다섯 차례 이어졌다.
배달의민족도 대응에 나섰다. 이번주부터 ‘치킨 0원’ 할인 이벤트를 하고 있다. 오후 5시와 7시에 선착순 5000명에게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1만6000원’ 할인 쿠폰을 뿌리고 있다. ‘치켓팅’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할인 비용은 배달의민족과 프랜차이즈 본사가 나눠서 부담한다.
‘외식업 상생’ 경쟁하는 배달 앱, 왜
배달 앱 시장에서는 배달의민족(55.7%), 요기요(33.5%), 배달통(10.8%) 등이 경쟁하고 있다. 요기요와 배달통, 푸드플라이를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측은 “올해 마케팅 비용만 1000억원을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배달의민족도 1위를 지키기 위해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더 많은 가맹점주와 소비자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배달 앱 업체들이 마케팅 전쟁에 나선 것은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국내 전체 음식배달 시장은 약 20조원이다. 배달 앱 시장은 작년 3조원 정도였다.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우버이츠, 쿠팡이츠, 위메프 등도 성장 가능성을 보고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들의 수익모델은 식당의 입점 수수료 및 광고비, 배달 주문 수수료 등이다.
교촌·BBQ·맘스터치 등 자체 앱 출시
할인 행사를 통한 판매가 늘어도 프랜차이즈 본사는 긴장하고 있다. ‘반짝 매출 증가’에 그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C치킨 프랜차이즈 대표는 “할인된 가격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원래 가격에는 구매하지 않을 것”이라며 “배달 앱의 프로모션에만 매달리는 것은 지속적인 성장에 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프랜차이즈들은 대응책으로 자체 배달 앱을 내놓고 있다. 교촌치킨은 전용 주문배달 서비스 앱인 ‘교촌치킨1991’을 내놓고 멤버십 서비스 ‘Hi 교촌’도 출시했다. BBQ도 결제액의 5%를 포인트로 적립하는 ‘? 포인트’를 도입해 모바일 앱이나 홈페이지를 통한 주문을 유도하고 있다. 맘스터치도 자체 배달 앱을 시범 운영 중이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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