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대우가 올 들어 홍콩과 유럽 등 해외 부동산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건당 수천억원에서 최대 1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가 크게 늘면서 ‘실탄’ 마련을 위한 채권발행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홍콩 주룽반도에 위치한 ‘골딘파이낸셜글로벌센터’ 빌딩을 담보로 한 중순위 대출에 2억4300만달러(약 2800억원)를 투자한다고 18일 발표했다. 전체 거래규모가 1조원을 훌쩍 넘는 것으로 알려진 이번 투자에는 싱가포르투자청(GIC), 도이체방크 등 글로벌 유수 기관투자가들이 참여했다. 국내에서는 미래에셋대우가 유일한 투자자로 선정됐다.
지상 27층 높이(연면적 7만4322㎡)의 이 건물은 홍콩 기업인 골딘파이낸셜홀딩스와 최대주주인 홍콩 부호 판수통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다. 미국 친환경건축물인증제도(LEED)로 부터 가장 높은 ‘플래티넘’ 등급을 부여받는 등 홍콩 내에서 손꼽히는 친환경 건축물이다. 홍콩의 연면적 3만3000㎡ 이상 오피스 빌딩 중 플래티넘 등급이 부여된 빌딩은 단 6곳에 불과하다.
빌딩은 홍콩 주룽반도 동부지역인 ‘이스트 카우룽’ 지구에 위치해 있다. 이스트 카우룽은 홍콩의 기존 중심업무지구(CBD)였던 홍콩섬 센트럴의 오피스 빌딩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홍콩 정부가 34조원을 투입해 새로운 업무지구로 개발하고 있는 곳이다. 최근 다수 글로벌 기업이 빌딩 노후화와 높은 임대료 등을 이유로 센트럴을 떠나 이스트 카우룽의 신축빌딩으로 속속 입주하는 등 발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앞서 지난해 4월 미래에셋대우는 홍콩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중 하나로 꼽히는 ‘더센터’ 빌딩 인수에 약 3억달러(3200여억원)를 투입해 선순위 담보부채권 투자자로 참여했다. 당시 더센터 빌딩의 거래액은 단일 부동산으로는 사상 최대인 51억달러(5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미래에셋대우는 홍콩 뿐 아니라 유럽 부동산으로도 보폭을 점차 넓히고 있다. 지난달 매입가 1조원에 달하는 프랑스 파리 마중가타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다. 지난해 10월엔 독일 쾰른에 위치한 독일 연방정부 건물 지분을 1500억원에 사들이기도 했다.
대규모 해외 부동산 투자에 필요한 자금 확보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는 다음달 초 해외 투자자들을 상대로 5억달러(약 5700억원) 이상의 채권을 발행할 계획이다. 다음주 투자설명회(NDR)를 거쳐 이달 말 해외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수요예측(사전 청약)을 진행하기로 했다. 씨티글로벌마켓증권, HSBC, 산업은행 등이 발행 주관을 맡았다.
이미 미래에셋대우는 작년 11월 국내 증권사 중 최초로 해외에서 3억달러(약 3400억원)어치 채권을 발행했다. 올해 들어선 국내에서 1분기에만 1조원 규모 채권을 발행하는 등 대규모 자금조달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지난해 홍콩 더센터 빌딩 인수에 참여한 이후 홍콩 오피스시장에서 주요 글로벌 투자자로 인정받아 이번에 치열한 경쟁을 뚫고 투자자로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글로벌 우량자산 발굴과 거래 수행능력 강화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오형주/김진성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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