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동진 교수팀 2015년 이어 또 성공
여러 장기이식 필요한 환자에게 희망
[ 이지현 기자 ] 세브란스병원이 뇌사자의 폐와 살아있는 기증자의 간을 한 환자에게 동시에 이식하는 수술에 성공했다.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 30여 명이 참여해 14시간 동안 진행한 대수술이다.
주동진 세브란스병원 이식외과 교수(왼쪽 첫 번째), 백효채 흉부외과 교수(세 번째), 한대훈 간담췌외과 교수(네 번째), 박무석 호흡기내과 교수(다섯 번째) 등 장기이식팀은 지난달 뇌사자의 폐와 기증자의 간 이식 수술을 동시에 받은 서종관 씨(46·두 번째)가 지난 12일 건강하게 퇴원했다고 16일 발표했다. 주 교수팀은 2015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52세 남성 환자에게 같은 수술을 한 뒤 국제학술지에 보고했다. 이번 수술은 세계 두 번째다.
서씨는 지난해 10월 간질성 폐질환과 자가면역성 간질환 진단을 받았다. 산소통 없이 숨을 못 쉴 정도로 호흡 곤란이 심한 데다 간 조직이 굳는 간경화까지 진행됐다. 뇌사 기증자를 기다리던 중 간경화가 악화되면서 지난달 초 서씨는 혼수상태에 빠졌다. 서씨의 부인은 자신의 간을 남편에게 떼어주겠다고 나섰다. 뇌사자의 폐 이식도 결정됐다.
지난달 13일 뇌사자의 폐가 도착했고 백 교수팀이 서씨에게 이식했다. 그 사이 옆방에서 한 교수는 서씨 부인의 간 일부를 떼어내는 수술을 했다. 폐 이식이 끝난 수술방으로 이식할 간이 전달됐고 이식외과 교수팀은 바로 간이식 수술을 했다. 수술은 다음날 오전 9시50분께 끝났다. 마취와 회복 시간을 제외하고 수술에만 14시간이 걸렸다. 수술 한 달 만에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한 서씨는 “숨 쉬는 데 별다른 문제가 없어 퇴원 후 몸 관리만 하면 다시 일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동안 폐와 간을 동시에 이식하는 수술은 뇌사자 한 명에게서 장기 두 개를 기증받아 이뤄졌다. 하지만 국내는 뇌사자 장기 기증이 많지 않아 한 환자가 두 개의 장기를 한꺼번에 기증받기 어렵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이 뇌사자의 폐와 기증자의 간을 동시에 이식하는 것이지만 수술 난도가 높고 여러 수술을 한꺼번에 진행해야 해 시도하는 곳은 거의 없었다. 주 교수는 “뇌사자의 장기와 생체 장기 이식을 함께 하는 방법은 여러 장기 이식이 필요한 환자에게 새로운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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