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A로 재도약
MBA 진학 고민…선배들의 조언 들어보니
"이론 바탕으로 실제 기업의 문제 해결 과정 배워
시너지 내려면 MBA과정 헌신할 각오 다져야"
[ 정의진 기자 ]
‘적잖은 시간과 비용을 무릅쓰고 경영전문대학원(MBA)에 진학하는 것이 좋을까.’
MBA 진학을 두고 많은 이들이 하는 고민이다. 직장인으로서, 혹은 기업 대표로서 이미 시간에 치이며 생활하고 있는데 학위과정을 밟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비용도 대학원인 만큼 만만치 않다. 하지만 누군가는 같은 고민 끝에 결국 MBA에 진학해 학위를 받았다. 그들은 왜 MBA를 선택했을까. 결과적으로 어떤 도움이 됐을까. 한국경제신문이 MBA 과정을 이수했거나 현재 재학 중인 ‘MBA 선배’ 4명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MBA를 선택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이보형 BT스틸 대표=31살이라는 적은 나이에 사업을 시작하다 보니 주변에 고민을 공유할 사람이 없었습니다. 특히 제가 속한 건설업계는 회사 임원이라면 대부분 나이대가 높아 소통하기 어려웠습니다. 솔직하게 고민을 털어놓고 사업에 관해 토론할 사람을 찾던 와중에 MBA를 다니면 경영계에서 잔뼈가 굵은 다양한 사람과 소통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침 제가 들어온 한양대 MBA 기업경영 트랙은 나이 차이가 아무리 많이 나더라도 ‘형’ ‘동생’이라 부르면서 자유롭게 소통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이분들과 서로의 고민을 공유하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해결책이 나오기 마련이었습니다. 현장에서는 쌓을 수 없었던 막강한 인적 네트워크를 쌓는 계기가 됐습니다.
△김민우 호두랩스 대표=한 회사에서 10년 동안 일하면서 과장 직급을 다니까 주변 인맥이 같은 업종 사람들로 극히 제한적이었습니다. 업종을 탈피해서 인적 네트워크를 쌓고 싶었습니다. 반복되는 일로 완전히 ‘번아웃’(극도의 피로감으로 무기력해지는 현상)되는 느낌이라 재충전할 필요도 있었고요. 다행히 회사에서 대학원 진학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있어서 직장과 병행할 수 있었던 알토대 EMBA에 진학했습니다.
△박희연 신한은행 빅데이터센터 수석=전문성을 쌓기 위해 MBA에 진학했습니다. MBA 진학 전에도 한 증권사에서 고객관계관리(CRM) 데이터를 분석하는 업무를 했습니다. 그런데 10년 일하다 보니 매일 익숙하던 것만 하게 돼 장기적인 커리어를 봤을 때 전문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데이터 분석 쪽으로 특화된 과정을 찾다 보니 KAIST 정보미디어MBA의 비즈니스 애널리틱스 트랙의 커리큘럼이 가장 좋다고 생각해 진학했습니다. MBA에서 전문성을 쌓은 덕분에 은행으로 이직한 현재는 과거보다 깊은 분석을 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아미르 고다지 BMW파이낸셜 서비스코리아 매니저=한국에서 공과대를 졸업하고 정보기술(IT) 회사에 다녔습니다. 엔지니어로서 수년간 일하면서 단순히 기술을 구현하는 사람이 아니라 전략도 함께 세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마케팅, 금융, 전략 이런 부분은 엔지니어로서 알기 힘들었거든요. 성균관대의 SKK GSB 풀타임 MBA에 진학해 미국, 중국, 일본 등 다양한 국가의 교수님 및 학생들과 지식을 공유하다 보니 문제에 접근하는 다양한 방법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MBA에서 배운 내용들이 실제로 업무에 도움이 되던가요.
△박희연 수석=100% 활용하고 있습니다.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에 이론적 바탕이 되는 통계부터 머신러닝 기법 등 업무에서 모두 활용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강점이 되는 것은 업무를 보는 시각이 넓어졌다는 것입니다. MBA 진학 전까지는 어떤 한 부분만 분석해서 결과를 도출하는 데 그쳤다면 지금은 여러 결과가 나오는 과정과 통합적인 프로세스를 모두 생각하고 있습니다. MBA 과정에서 실제 기업과 협업해 문제점을 해결해주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 했던 업무가 데이터를 수집·분석해서 결과를 도출해내고 전략적 방향을 제시해주는 일이었습니다. 이 과제를 수행한 이후로는 데이터를 어떻게 수집할지 큰 그림을 먼저 그릴 수 있게 됐습니다.
△김민우 대표=동감합니다. 지식 측면은 두말할 필요도 없고, 무엇보다 문제를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집니다. 직장처럼 같은 업종 사람이 아니라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문제를 바라보는 방식이 모두 제각각입니다. 모두 다른 시각을 아우르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훈련을 끊임없이 하면서 소통 능력과 포용력을 크게 기를 수 있었습니다. 기존에 몸담았던 회사라는 울타리를 나와 사업을 시작하는 용기도 생겼고요.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이보형 대표=물리적인 시간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한양대MBA는 야간에 수업하지만 사업을 하면서 MBA 수업을 듣는 건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막상 주변을 살펴보면 모두가 같은 상황임에도 묵묵히 해냈습니다. 일 때문에 바쁘다는 핑계는 부끄러운 생각입니다. 촉박한 시간이지만 이 모든 것을 해내는 것이 프로라고 생각합니다.
△아미르 매니저=엔지니어로서 전혀 몰랐던 분야를 새로 배우는 과정이 쉽지 않았습니다. 원래 저는 딱 정해진 일만 하던 사람이었거든요. 하지만 반드시 배워야만 했습니다. 다양한 국적, 다양한 직업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팀을 이뤄 프로젝트를 해내기 위해선 반드시 기초적 전공 내용과 상대방의 관점을 이해해야만 했거든요.
▷MBA 진학을 두고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해줄 조언이 있다면.
△김민우 대표=똑같이 MBA 과정을 거쳐도 누구는 학위를 받는 데 그치는 반면 누구는 좋은 인맥으로 본업에서 엄청난 시너지를 내는 사람이 있습니다. 기왕이면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MBA 과정에 헌신할 각오로 임해야 합니다. 초고학력 시대에 단순히 학위 타이틀만으로는 사회에서 큰 의미가 없단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이보형 대표=누차 얘기하지만 MBA는 인적 네트워크를 쌓는 최고의 방법입니다. 다양한 업계에 대한 시야를 넓히고, 사업 고민을 나눌 사람이 항상 옆에 있습니다. 수업할 때나 밥을 먹을 때나 저희는 항상 4차 산업혁명의 미래와 업계의 전망 등을 논하고 있습니다. MBA에 갈까 말까 고민하는 시간에도 누군가는 그 길을 가고 있는 것입니다. 진학을 고민한다는 것은 MBA 과정이 필요하다는 의미일 테니 미지의 세계로 우선 발을 던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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