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시집 '언제까지고…'도 출간
[ 윤정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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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를 유난히 많이 타는 딸을 위해 마침내 에어컨 구입을 결심했다. 3월에 주문한 에어컨은 마침 정신없는 ‘그날’ 설치하겠다고 전화가 왔다. 무더웠던 그해 여름, 그 다음해 여름에도 틀지 못했다. 그렇게 덥게 지내다 집에서 에어컨 바람 한번 못쐬어 본 딸이 생각나서다.”(정예진 엄마 박유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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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겁게 넘어가는 책장마다 눈물이 어린다. “이제 그만 잊으라” “마음에 묻어라”는 위로 아닌 위로가 기억에 새긴 고통과 마음에 남겨진 짐을 더 무겁게 한다. 아이를 잃은 뒤 모든 사람이 그저 밉다가 어느 순간엔 그 사람들이 마냥 부럽다가, 이젠 세상이 “있는 그대로 보인다”고 털어놓는 한 유가족의 말이 아프게 와닿는다. 지난 5년간 일상을 아무리 담담하게 서술해도 그 이면의 감정은 절절하기만 하다.
16일에 맞춰 추모시집 《언제까지고 우리는 너희를 멀리 보낼 수가 없다》(걷는사람)도 출간된다. 신경림, 나희덕 등 중견 시인과 김현, 최지인 등 젊은 시인들도 동참했다. 신경림 시인은 시집 제목과 같은 이름의 시에서 ‘언제나 우리 곁에 있을 아름다운 영혼들아/ 별처럼 우리를 이끌어 줄 참된 친구들아/ 추위와 통곡을 이겨내고 다시 꽃이 피게 한/ 진정으로 이 땅의 큰 사랑아’라고 외친다. 허유미 시인은 ‘엄마 섬이 되고 싶어요’에서 ‘젖은 그림자들이 부르는 노래를 손에 쥐고/ 입김 아래로/ 눈물 아래로/ 가라앉고 있어요/ 사월은 어디까지 가라앉을까요’라고 묻는다. 신영복 서체를 활용한 캘리그래피가 시어들에 깊이를 더한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