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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조직 내 갈등은 '짓밟힌 존엄'에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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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의 품격

도나 힉스 지음 / 이종민 옮김
한빛비즈 / 296쪽 / 1만6000원



[ 최종석 기자 ] “나는 이제 당신이 옳았고 내가 틀렸음을 개인적으로 인정하고자 합니다.”

1863년 7월, 에이브러햄 링컨 미국 대통령은 율리시스 그랜트 장군에게 이런 내용을 담은 편지를 보냈다. 그해 그랜트 장군은 남북전쟁의 분수령이던 빅스버그 전투에서 북군의 승리를 이끌었다. 링컨 대통령은 그랜트 장군의 전략에 의구심을 나타냈던 자신의 행동을 친필 편지를 보내 사과했다.

링컨이 보여준 것처럼 리더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데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 비단 리더뿐만 아니라 조직원도 체면을 구기거나 무능함을 인정하지 않기 위해 실패를 은폐하려고 애쓴다. 하버드대 국제문제센터에서 일하는 갈등해결 분야 전문가인 도나 힉스는 《일터의 품격》에서 기업 내 갈등을 ‘존엄 모델’로 해결하는 방법을 모색한다.

20년 이상 국제분쟁 당사자들 사이의 소통을 돕는 역할을 해온 저자는 “기업 내 갈등이 국제분쟁과 상당 부분 비슷하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리더는 조직 내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는 ‘구멍’을 지목하고 질책하는 수단으로 회의를 활용한다. 상사에게 모욕을 당한 직원은 복수심을 품는다. 상사의 인정을 바라는 직원은 자신을 돋보이게 하려고 때때로 다른 사람을 깎아내린다. 이 과정에서 모두 존엄을 잃고 갈등의 골은 더욱 깊게 파이기만 한다.

저자는 ‘인간은 누구나 소중한 존재로 대우받기를 원한다’는 명제에서 출발한다. 존엄은 어떤 행동을 하든 상관없이 우리 모두가 마땅히 받아야 하는 것이다. 존엄은 우리가 서로를 대하는 방식의 출발점이다.

저자는 정체성 수용, 칭찬, 인정, 포용, 안전, 공정, 독립, 이해, 호의적 해석, 책임이라는 존엄의 10가지 요소를 소개한다. 이를 적극 실천해 타인의 존엄을 존중함으로써 자율성과 독립성을 심어주고 소속감과 유대감을 배양할 수 있다.

저자는 미끼 물기, 체면 세우기, 책임 회피하기, 모욕 주기, 무고한 피해자인 척하기, 피드백 거부하기, 험담으로 친밀감 키우기 등 존엄을 해치는 10가지 유혹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사실 우리를 자기 보호 쪽으로 끌어당기는 힘은 타인과 관계를 맺고 집단의 일원이 되고자 하는 욕구와 늘 대립한다.

저자는 이를 ‘객체적 자아’와 ‘주체적 자아’라는 구분을 통해 해결하라고 주문한다. 객체적 자아는 타인의 눈에 들기만을 바라는 자아다. 자기 가치에 대한 외부의 인정을 좇아 끊임없이 칭찬과 동의를 갈구한다. 비판에 취약해 존엄을 침해당하면 강하게 반발한다. 주체적 자아는 자존감을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고 자기 가치가 절대적임을 안다. 자기 존엄에 대해 외부의 인정이 필요하지 않고 피드백을 비난이 아니라 성장의 기회로 여긴다. 저자는 “주체적 자아를 깨닫는다면 잘못을 저질렀을 때조차 올바른 길을 선택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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