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지혜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 이세진 옮김
흐름출판 / 320쪽 / 1만6000원
[ 송태형 기자 ] “모든 사람은 돈 때문에 자기도 모르게 철학자가 된다.”
소설가이자 철학자인 파스칼 브뤼크네르가 《돈의 지혜》 서문에서 던지는 화두이자 명제다. 이 문장의 의미는 “모든 사람은 돈 때문에 원하는 것과 할 수 있는 것, 해야 하는 것 사이에서 늘 조율해야 하고 잘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돈 문제가 쉽고 편하기만 한 사람은 많지 않다. 돈은 사람을 갈라놓기도 하고, 맺어주기도 한다. 모자라면 불편하고 지나치게 넘쳐나도 두려운 존재다. 많은 사람이 돈에 대한 한없는 욕망에 허덕이다가도 윤리적 당위성 앞에서는 고뇌한다. 브뤼크네르가 표현한 것처럼 돈은 “천박하면서도 고귀하고, 허구이자 현실인 모순적 존재”가 됐다.
이 책은 돈 버는 방법이나 노하우를 알려주는 재테크서가 아니다. 저자의 이력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돈에 대한 인간의 욕망과 태도, 시각 등을 역사적, 종교적, 윤리적으로 성찰하면서 돈을 어떻게 바라보고 받아들이며 사용하는 것이 지혜로운가를 탐구한 에세이집이다. 제목을 조금 풀어 쓰면 ‘돈을 대하는 인간의 지혜’ 정도 되겠다. 브뤼크네르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돈을 대하는 인간의 이중적 태도를 역사적, 종교적 맥락에서 살펴보고 이의 연장선상에서 돈을 금기시하고 부를 죄악시하는 문화가 강한 프랑스와 ‘돈이 영혼인 나라’인 미국을 비교한다.
흥미로운 점은 프랑스의 대표적 지성으로 꼽히는 저자가 부를 경원시하는 프랑스보다 돈을 추구하는 미국 편에 선다는 것이다. 그는 “돈이 행복을 만들지는 않지만 모진 불행 속에서 좀 더 잘 버티게 해주고 불행을 따돌리게 해준다”며 “돈은 운명의 칼을 막는 방패”라고 말한다.
그렇다고 돈을 신성시하라는 것은 아니다. 돈은 수단일 뿐 목적이 될 순 없다. 저자는 “돈을 지나치게 사랑하지도 말고 혐오하지도 않는 게 지혜”라며 “돈의 지혜는 자유와 안전, 적당한 무관심이라는 세 가지 덕의 조화로운 결합에 있다”고 강조한다. 결국 “부를 향한 욕망은 인정하되 황금만능주의를 경계하고 돈을 가치 있게 사용해야 한다는 결론”이 다소 빤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시공을 넘나들고 다양한 문호와 철학자들의 글을 인용하며 쏟아내는 저자의 철학적 사유와 통찰은 우리 삶을 관통하는 돈의 의미를 깊이 있게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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