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파워독서
스토리·철학·겸손과 정직 등
모두 9개의 장으로 구성
훌륭한 사람·위대한 브랜드엔
그들만의 '철학'과 스토리 있어
제대로 알려서 제대로 파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있을까. 일각에서는 마케팅의 종말을 예고하기도 한다. 하지만 마케팅의 활동무대가 시장경제인 한 그런 세상은 오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예전에 비해 광고 효과가 현저히 떨어지는 시대가 된 것은 사실이다. 이런 시대 상황에서 마케팅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대학과 현업의 두 고수가 힘을 모아 편안하게 읽을 수 있게 쓴 마케팅 책을 소개한다.
김상훈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와 박선미 대홍기획 통합캠페인 본부장이 함께 쓴 《진정성 마케팅》은 제목대로 진정성이 마케팅의 중심을 차지하는 시대에 잘나가는 기업들은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다룬다. 끌리는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가가 중심 주제다. 마케팅은 진정성과 함께해야 하는 일이지만 그동안 원래 있어야 할 자리를 제법 벗어난 것이 사실이다. 저자들의 주장은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 책은 탄생 스토리, 철학, 겸손과 정직, 성능지존, 의식, 개성만점, 따뜻한 감성, 수다쟁이, 언더독 등 9개 장으로 구성돼 있다. 책을 읽으면서 불현듯 이건 마케팅 책이지만 자기계발서 영역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상품이나 서비스에 진정성을 입히는 것이나 자신의 인생에 진정성을 담아내는 것 사이에는 현저한 유사성이 있기 때문이다.
재치나 요령, 행운이 차지하는 비중을 무시할 수 없지만 ‘진정성 마케팅’의 중심은 잘 만든 상품이나 서비스가 차지한다. ‘굿 프로덕트’는 감동과 감격을 불러일으킬 때가 잦다. 진정성 마케팅의 주요 방해물은 상품의 부족함을 채우려는 노력이다. 저자들은 “상품의 부족함을 채우려는 마케팅은 ‘사기’에 더 가깝다”고 경고한다. 믿음이 가는 ‘굿 컴퍼니’도 진정성 마케팅의 또 다른 요소다. 굿 컴퍼니와 굿 프로덕트가 조합되면 고객들은 자신에게 별다른 이익이 주어지지 않더라도 스스로 신이 나서 마케터로 자처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없는 스토리를 인위적으로 만들어낼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는 히스토리를 자산으로 간주해 스토리로 연결시키는 능력에서는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 저자들이 소개하는 122년의 스토리텔러 ‘활명수’는 진정성 마케팅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좋은 성공 사례를 보여준다. 훌륭한 사람에게 철학이 있듯이 위대한 브랜드에도 타사가 결코 모방할 수 없는 자신만의 철학이 있다. 화장품 기업 레브론의 ‘우리는 희망을 팝니다’, 액션캠 고프로의 ‘최고의 경험과 삶의 의미 있는 순간을 포착하고 나눈다’는 업에 대한 철학과 브랜드 슬로건이 조화를 이룬 사례에 속한다.
요란스러운 시대지만 오랫동안 고객의 사랑을 받는 브랜드는 본질적 가치를 제공하는 데 성공해야 한다. 잠시 동안 유행에 편승할 수 있지만 고객들이 기대하는 본질적 가치를 제공하지 못하면 결국 잊히고 만다. 브랜드건 사람이건 마찬가지다. 오가는 길에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풍성한 사례들이 독자들에게 마케팅 전반에 대한 이해를 도울 것이다.
공병호 < 공병호연구소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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