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 재원 마련 비상
[ 정의진 기자 ]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비롯한 교원단체들은 9일 정부의 고교 무상교육 시행 방침에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재원 마련 방식에는 일제히 우려를 표했다. 일각에선 교육의 공공성 강화에 치우쳐 교육의 질이 저하될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전교조는 이날 고교 무상교육을 시행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대해 “교육의 공공성 강화와 공평한 교육 기회 보장 측면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평가한다”면서도 “(매년) 1조원에 육박하는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과 원활한 의사소통이 되지 않거나 협조를 구하지 못하면 과거 ‘누리과정’ 사태가 재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2016년 유치원·어린이집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 부담을 둘러싸고 중앙정부와 지방교육청이 충돌했던 사태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환영과 우려의 뜻을 동시에 밝혔다. 조성철 교총 대변인은 “고교 무상교육 시행·확대 방침에 찬성한다”면서도 “안정적인 재원 확보 방안이 뒷받침되지 않아 아쉽다”고 했다. 조 대변인은 “내국세 총액 중 지방재정교부금으로 나가는 비율을 높여 무상교육 재원을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실천교육교사모임은 이날 논평을 내고 “교육청이 무상교육 예산을 부담하면 학교 기본운영비가 감축돼 교육의 질이 피부에 와닿게 저하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기 안양시의 한 고교 교사 이모씨(27)는 “무상교육을 빌미로 교육과정에 국가 개입이 커지면 교사들의 자율적 수업이 방해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각 교육청은 재원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이날 서울교육청에 따르면 서울 소재 고3 학생에게 무상교육 지원 항목으로 명시된 입학금과 수업료, 학교운영지원비, 교과서비를 지원하려면 연간 1382억원이 필요하다. 당장 올 2학기에 필요한 690억원은 추가경정예산으로 마련할 방침이지만 전체 학년으로 확대될 경우 필요한 4000여억원의 예산 확보 방안은 미정으로 알려졌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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