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법 개정안 시행 앞두고 진통
[ 김희경 기자 ] “단순히 유료 예매율(초대권을 제외한 관람권 판매 비율)로 순위를 매기는 게 관객을 유인하는 효과가 있을지 고민해 봐야 한다.”(최윤우 한국소극장협회 사무국장)
“성황리에 끝난 공연도 유료 예매율은 낮을 수 있는데, 이를 기준으로 삼으면 투자자들이 투자를 다시 생각해 볼 것 같다.”(정철민 한국공연예술경영인협회 사무국장)
‘공연계 박스오피스’인 공연예술통합전산망(이하 통전망) 본격 운영을 앞두고 공연계 관계자들이 지난 9일 서울 대학로 이음센터에서 열린 ‘공연법 개정 공청회’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통전망은 영화 박스오피스처럼 투명하게 공연 정보를 공개하고 순위를 매기는 시스템을 이른다. 오는 6월 25일부터 인터파크 등 관람권 판매처와 공연장은 통전망에 공연 정보를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관객과 투자자에게 투명한 정보를 제공해 시장을 활성화한다는 취지다. 공연계는 취지 자체엔 공감하지만, 본격 운영 직전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특히 실질적인 집객 효과가 없고 데이터가 왜곡될 위험이 높다는 지적이다.
2014년부터 시범 운영하고 있는 통전망은 판매처와 공연장들이 자율적으로 참여하게 했다. 하지만 전체 대상 공연의 40% 정도만 집계됐다.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는 관련 공연법을 개정해 이를 강제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공연 정보를 누락·조작하지 않고 정확하게 전산망에 전송해야 한다. 위반할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우선 기준 자체에 대한 논란이 많다. 영화 박스오피스에선 정확한 관객수가 공개된다. 하지만 통전망에선 관객수는 물론 유료 예매율도 공개하지 않는다. 유료 예매율을 기준으로 한 순위만 1위부터 50위까지 나온다. 공연계에서 관객수와 예매율 공개를 극도로 꺼리고 있는 탓이다. 양혜영 CJ ENM 공연사업부장은 “브로드웨이닷컴에선 주간 매출, 매출 점유율 등 많은 수치가 제공된다”며 “순위를 가리는 것만으로는 시장 발전을 위한 지표 역할을 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데이터가 왜곡돼 전달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철민 사무국장은 “최근 유명 해외 오케스트라가 내한 공연을 했는데 공연 자체는 성공적이었지만 유료 예매율은 44%였다”며 “이틀 공연 중 한 회는 대규모 투자를 받아 초청으로만 이뤄졌고 한 회는 일부만 일반 관객에게 판매해 44%가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람들은 이는 모른 채 순위만 보게 된다”고 말했다.
전산시스템을 거치지 않고 수기(손으로 작성)로 작성되는 관람권은 유료 예매율로 잡히지도 않는다. 최윤우 사무국장은 “대학로 연극 공연 관람권은 70~80%가 전산 시스템을 거치지 않는다”며 “현장에서 판매되거나 초대권이라 수기로 작성되기 때문에 예매사이트에서 판매하는 나머지 비율만 유료 예매율로 나오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선영 문체부 공연전통예술과장은 “일반에 공개되는 건 순위뿐이지만 원하는 곳엔 로그인 등을 통해 상세 데이터를 제공하고자 한다”며 “과태료도 인터파크 등 관람권 판매처만 대상으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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