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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밤바다 로망' 여수·순천… '세금 맛집' 1도 없다 [세금미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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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맛집 찾는 '까칠한' 새 패러다임
맛있는 데이터저널리즘 #세금미식회

⑤ '밤바다 로망' 여수·순천 편
▽ 세금미식회 사상 초유 '0곳'
▽ 1만459건, 16억 세금 써도 '장소' 無
▽ 전남도 조례 '장소' 공개..여수시는 "자율"
▽ 최소한만, 뭉뚱그려 합산 '방어적 공개'



[편집자 주] 뉴스래빗이 맛집을 찾는 '까칠한' 패러다임을 제시합니다. 그것도 대한민국 전국 단위로 말입니다. 여행지 맛집 찾을 때 가장 궁금한 게 '로컬(local·지역민) 맛집'이죠. 그 '로컬 맛집'을 어떻게 아냐구요?

비밀은 바로 '세금'에 있습니다. 뉴스래빗이 결정적 힌트를 드립니다. 맛있는 집이라면 반드시 다시 방문하게 되어 있는 법이죠. '재방문'은 만족도를 증명하는 가장 분명한 행위입니다. 재방문을 많이 했다면 '단골'이 되고, 그만큼 그 집에 쓴 돈도 많아지겠죠.

뉴스래빗은 '로컬'들이 '재방문'하는, 맛집의 두 가지 조건을 모두 갖춘 목록을 확보했습니다. 그것도 정부 공식 공개 데이터에서 추출한 믿을 만한 '진짜배기' 정보입니다.

이른바 '맛있는 데이터저널리즘' #세금미식회. 입맛 까다롭기로 유명한 전국 106만6288명(2018년 9월 30일 기준) 공무원들. 이들 100만 공무원이 업무추진비, 즉 국민의 세금으로 전국 방방곡곡에서 발굴한 '공공의 맛' 지도를 여러분께도 공유드립니다.



뉴스래빗은 2019년 1월부터 독자 여러분들께 [세금미식회]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자주 방문해 많이 쓰는 '세금 맛집'을 데이터저널리즘 기법으로 선정, 공개하죠. 분석에는 각 지자체가 공개한 업무추진비 지출 내역을 활용합니다. 지난 세 달간 제주, 부산, 전주, 경주 업무추진비 내역으로 선정한 지역별 '세금 맛집' 세금미식회 5편을 보여드렸습니다.

'미식 천국'
제주
'겨울여행 성지'
부산 ①
'겨울여행 성지'
부산 ②
'맛의 고장'
전주
'봄여행 성지'
경주
'밤바다 로망'
여수·순천


[세금미식회] 6편, 다섯 번째 지역은 벚꽃 엔딩과 밤바다 로망이 넘실대는 전남 여수·순천시입니다. 2012년 여수엑스포 개최와 밴드 버스커 버스커의 노래 '여수 밤바다', '벚꽃 엔딩' 인기에 힘입어 순식간에 젊은이들의 봄 여행 성지로 떠오른 지역입니다.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여수·순천 맛집은 전국구로 떠올랐죠. 여수 돌산의 명물 갓김치, 신선한 회와 전복 등 해산물, 게장 백반, 바다장어구이와 탕, 노포 중국집까지 여수엔 우리가 아는 맛집이 참 많습니다.



그런데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벚꽃 봄여행철을 맞아 여수와 순천을 찾는 분들께 맛집 정보를 알려드리기 위해 준비한 [세금미식회] 6편 여수·순천에는 '세금 맛집'이 1도 없습니다. 단 한 곳도 없었습니다. 세금미식회 초유의 사태, 도대체 왜 그런 걸까요 !.!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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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부터 제주까지 전국 광역자치단체 17곳은 업무추진비를 의무 공개한다. 업무추진비는 지방자치단체가 공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데 쓰는 돈이다. 하루에 한 번 공개하는 곳도 있지만 1년에 한 번, 몰아서 공개하기도 한다.

뉴스래빗은 여수시청, 여수시의회, 순천시청, 순천시의회가 공개한 업무추진비 내역 전수를 분석했다. 총 253개 문서에서 지출 내역 1만459건을 수집했다. 최고 2011년부터 2019년 현재까지 약 9년치 업무추진비 내역을 '총집합'했다.

'밤바다 로망' 여수·순천
세금 맛집 사상 초유 '0곳'


다시 말씀드리지만 여수·순천시엔 '세금 맛집'이 없습니다.


여수시청, 여수시의회, 순천시청, 순천시의회 어느 곳도 업무추진비 내역에 사용처, 즉 장소를 적어놓지 않아서죠. 253개 문서 파일 속 지출 내역만 총 1만459건. 금액으로는 16억254만4780원에 이릅니다. 하지만 이들 돈을 어디서 썼는지, 이름을 단 1건도 기재하지 않았습니다.


이래도 되는 걸까요. 뉴스래빗이 업무추진비 내역을 분석 결과 여수시청, 여수시의회, 순천시청, 순천시의회는 전체 약 16억원 중 70% 가량을 '간담회'나 '식사', 즉 먹는 데 썼습니다. 간담회나 식사하면서 세금을 쓴 식당이나 사용처를 적지 않으니까요. 뉴스래빗이 '세금 맛집'을 선정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0곳'은 사상 처음입니다. 이렇게 되면 여수·순천시민은 시청과 시의회가 업무추진비를 언제, 어디서 썼는지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물론 일반에 공개하는 업무추진비 내역에 사용처가 없는 경우는 많습니다. [세금미식회]를 통해 살펴본 지역 중에서도 제주·부산 등 광역자치단체에 비해 전주·경주같은 기초자치단체는 자료 수도 적고, 공개 내용도 부실했죠.

한국이라는 같은 나라, 같은 국민이 낸 예산집행 내역인데 왜 지자체마다 알권리 정보 공개 범위는 왜 '복불복'일까요. 자신이 사는 도시 공무원이 세금 사용처를 공개하면 알고, 공개하지 않으면 몰라도 되는게 우리나라 정부의 업무추진비 공개 규정일까요?

뉴스래빗이 그 이유를 밝혀드립니다.
전남도 조례는 '장소' 공개 의무
그런데 왜 '장소' 안 남기나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7조 공공기관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정보에 대해서는 공개의 구체적 범위와 공개의 주기ㆍ시기 및 방법 등을 미리 정하여 공표하고, 이에 따라 정기적으로 공개하여야 한다. (중략) 3. 예산집행의 내용과 사업평가 결과 등 행정감시를 위하여 필요한 정보

국민의 알권리는 법으로 보장돼 있습니다. 가장 상위법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입니다. 정보공개법에 의하면 모든 공공기관은 예산 집행 내역을 빠짐 없이 공개해야 합니다. 업무추진비가 이에 해당합니다. 실제로 모든 지자체와 공공기관은 '사전정보공표' 대상에 업무추진비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전라남도 업무추진비 집행기준 및 공개에 관한 조례 제3조 ① 전라남도지사(이하 “도지사”라 한다) 및 산하기관의 장은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분기별로 분기 종료 후 30일 이내에 해당 기관 누리집(홈페이지)에 공개하여야 한다. ② 제1항의 공개내용은 건별로 구분하여 집행일자, 집행목적, 장소, 집행대상자의 수, 지출금액을 포함하여야 한다. 다만,「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라 보호되는 개인정보는 제외한다.

무엇을 얼마나 어떻게 공개해야 할지는 각 지방에서 결정합니다. 지자체 중 가장 상위기관인 광역자치단체(광역시·도)들이 정해놓은 '업무추진비 집행기준 및 공개에 대한 조례'가 대표적입니다. 여수·순천시가 속한 전라남도에도 이 조례가 있습니다. 조례에 따르면 전남도 소속 기관은 업무추진비 공개 시 집행 장소도 꼭 기재토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최소한만 적고, 뭉뚱그려 합산하고…
여수 "자율"이라며 '방어적 공개'


씀씀이 공개를 위한 명분은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모두 '정보공개법'이란 하나의 상위법을 기반으로 하지만 전라남도청, 여수시청, 여수시의회 등 각급 기관이 각각 '셀프 규칙'을 정하기 때문이죠.
여수시 행정정보공개 조례 제5조 ① 집행기관은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행정정보는 청구인의 청구가 없더라도 공개의 구체적 범위, 공개주기·시기 및 공개방법 등을 정하여 정기적으로 공개하여야 한다. (중략) 3. 시장, 부시장과 국·소·단장, 출자·출연기관의 장의 업무추진비 사용내역

여수를 예로 들어볼까요. 여수시청은 중앙정부, 전남도 등과 별개로 '여수시 행정정보공개 조례'를 정해 따르고 있습니다. 여수시청 담당자는 뉴스래빗과 통화에서 "이 조례 5조 1항에 근거해 업무추진비를 공개한다"고 설명했는데요. 살펴보니 상위법인 정보공개법에 비해 하나도 구체적이지 않습니다. 항목과 시기를 구체적으로 명시한 전남도 조례와 사뭇 다릅니다. 해당 여수시 조례의 시행규칙을 살펴봐도 딱히 명시하는 바가 없습니다.

여수시는 업무추진비를 이 '셀프 조례'에 맞춰 공개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공개된 정보가 시민의 알권리를 제대로 충족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업무추진비 지출 내역을 건별로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직원 격려', '유관기관 협조' 등으로 합산해 뭉뚱그립니다. 공개는 하지만 언제 어디서 썼는지 알 수 없는 방식입니다. 여수시청은 "조례에 정해진 한도 내에서 분기별로, 어떤 방향으로 지출했는지만 공개한다"고만 설명합니다. 순천시청이나 각 의회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따로 노는 상위법 vs 하위 조례
'정보공개' 청구해야 공개한다?




여수시청은 "사용처 공개를 꺼리는 건 아니다"라며 "조례에도 없고, 일일히 공개하기엔 어려움이 있어 (업무추진비 상세 내역은) 정보공개를 청구할 경우에 한해 제공한다"고 밝혔습니다.

뉴스래빗이 [데이터 정책제안] 시리즈에서 수차례 설명했듯 일반 시민에게 정보공개청구 제도의 벽은 낮지 않습니다. 여수시청의 '방어적 공개'로 인해 지자체에 낸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시민은 노력해야만, 이유를 찾아야만,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만 알 수 있는 현실인 셈입니다.

각급 기관별로 규칙이 제각각인 점도 문제입니다. 정작 여수시청은 최소한만 '셀프'로 정해놓고 공개하는데, 여수가 속한 상위 지자체인 전남도청은 그보다 세세하게 항목을 명시합니다. 여수시의회 조례는 항목을 규정하고는 있지만 '장소'만 쏙 뺐습니다.

최상위법을 제각각으로 재해석한 탓에 직속 상·하위 기관끼리 충돌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전라남도 여수시' 시민은 대한민국, 전라남도, 여수시 간 불협화음으로 인해 일관된 행정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업무추진비 공개의 이유인 최상위법(정보공개법)이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국정에 대한 국민의 참여와 국정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함'을 목적으로 함을 되새겨야 할 때입니다 !.!







# 세금미식회 맛집, 어디서 찾으시나요. 네이버·다음 등 포털 사이트에서 '한 번 먹어봤을 뿐인' 이들의 후기를 보며 갸우뚱하고 계신가요. 혹은 페이스북·인스타그램 음식 사진 때깔만 보고 '하트' 누르시나요. 아니면 골목식당이나 수요일마다 나오는 미식회 같은 TV 프로그램 보고 줄 서시나요. 뉴스래빗 세금미식회가 전국 맛집을 찾는 새로운 대안이 되겠습니다. 지역·메뉴·부서별로 업무추진비를 파헤쳐 '공무원이 다시 찾는 맛집'을 쌓아나갑니다.

책임= 김민성, 연구= 강종구 한경닷컴 기자 jongg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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