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가 바꾸는 산업현장
AR 글라스 통해 현장 중계도
[ 이승우 기자 ] 경기 안산시 반월공단의 자동차부품 전문기업 명화공업은 작년 12월 SK텔레콤이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머신비전 기술을 공장에 적용했다. 생산한 부품이 컨베이어 벨트 위를 지나가면 고화질 카메라가 다각도로 사진 24장을 찍어 5세대(5G) 이동통신 네트워크를 통해 클라우드 서버로 전송한다. 서버의 고성능 AI가 순식간에 사진을 판독해 제품 결함 여부를 확인한다. 마지막으로 결과를 기계에 전송하면 로봇팔이 정상 부품과 불량품을 구분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5G-AI 머신비전을 이용해 근로자 1인당 생산성을 최대 2배까지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5G 시대가 열리면서 가장 큰 변화를 겪을 곳은 제조 현장이다. 스마트 팩토리의 핵심은 제조 라인에 설치된 각종 사물인터넷(IoT) 센서들이 수집한 빅데이터다. 이런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올려 AI가 분석해 생산성을 높인다. 초고속, 초저지연이 가능한 5G는 이 같은 스마트 팩토리의 구조를 뒷받침한다.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공정에도 5G를 적용할 예정이다. 이미 품질평가(QA) 공정에 AI 솔루션 ‘슈퍼노바’를 시범적용했다. SK하이닉스는 슈퍼노바 적용 후 웨이퍼 이미지를 검사하는 데 드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였다는 설명이다.
KT는 서울 여의도의 2.4배(700만㎡) 규모인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 5G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5G와 증강현실(AR) 글라스를 이용해 현장에 출동한 직원이 관제 센터의 숙련자와 협업할 수 있다. 사업장 곳곳에 설치된 지능형 폐쇄회로TV(CCTV)는 사고 징후를 감지해 직원들에게 알려준다. KT는 이달 삼성전자 수원사업장과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구로디지털단지 등에 모바일엣지컴퓨팅(MEC) 센터를 구축한다. 5G 기지국 가까운 곳에 소규모 서버를 구축해 데이터 처리 지연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다.
5G는 사무실 풍경도 바꿔놓는다. 사무실 곳곳에 IoT 센서를 부착하고 AI를 이용해 공간 온도와 밝기, 습도 등 환경을 자동으로 제어한다. 그날그날 원하는 자리에서 스마트폰만 모니터와 연결하면 클라우드에 저장된 작업 환경을 불러와 업무를 이어 할 수 있다.
자율주행 시대도 본격적으로 다가올 전망이다. 5G 시대의 자율주행차는 차량은 물론 도로, 신호등, 보행자 등의 IoT 센서에서 보내는 신호를 받아들여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달 한양대와 함께 자율주행차 ‘A1’의 서울 도심도로 주행을 공개 시연했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5G가 2030년에 47조8000억원의 사회경제적 가치를 제공할 것으로 봤다. 이 가운데 자동차, 제조, 운송 등 10개 산업영역이 42조3000억원에 이른다. 김희수 KT경제경영연구소장은 “5G는 모든 산업의 고부가가치화와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는 기술 경쟁의 핵심 인프라”라고 강조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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