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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군대를 교정시설로 보는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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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휘 정치부 기자 donghuip@hankyung.com


[ 박동휘 기자 ] 시대의 흐름을 바꿀 만큼 중요한 사건도 처음엔 사소한 일로 치부되는 일이 종종 있다. 2019년 4월 1일이 그런 경우다. 이날부로 국방부는 장병의 일과 후 휴대폰 사용을 전군으로 시범 확대했다. 통제와 단절의 병영문화를 자율과 책임으로 전환한 첫날이었건만, 대중의 관심은 온통 만우절 에피소드에 쏠렸다.

군의 휴대폰 전면 확대는 상상하기 어려운 많은 변화를 낳을 것이다. 입영 풍속부터 바뀔 게 분명하다. 이제 훈련 후 내무반으로 돌아오면 언제든 부모, 친구와 통화할 수 있다. 입소와 동시에 사회와 단절되는 곳은 교도소와 군대뿐이라던 말은 사라지는 셈이다.

휴대폰은 군과 사회를 연결하는 고리로도 활용될 수 있다. 육군은 ‘청년드림, 육군드림’이란 모토 아래 군 내무반을 취·창업 전진기지로 활용하기 위한 전략 구상에 힘쓰고 있다. 대학 재학 이상의 학력 소지자가 전 장병의 4분의 3이 넘는 여건을 감안한 조치다. 복학을 준비하는 말년 병장이나 대학 입시에 재도전하려는 이등병이 느려터진 군 PC 앞에서 끙끙댈 일은 더 이상 없을 것이다.

군 역사상 전례 없는 자율 실험의 시작임에도 군조차 홍보에 소극적이다. 한 육군 관계자는 “병사들이 휴대폰을 사용하면 군 보안에 큰 구멍이 뚫릴 것처럼 난리를 치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병사들의 보안 취급 권한이 국가 안위를 위협할 정도로 컸던가’라는 의문을 제기했다간 치도곤을 당할 수 있으니 조용히 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징병제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는 이스라엘과 한국뿐이다. 전시체제라는 특수성이 없다면 선진국과 징병제의 공유는 유지될 수 없다는 게 많은 이들의 생각이다. 생의 꽃다운 순간을 군에 바쳐야 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 급격히 줄어드는 인구수는 징병제를 흔드는 큰 축이다. 이런 이유로 이스라엘은 징병제를 ‘다른 나라가 갖지 못한 축복’이라고까지 얘기한다. 그들은 한창 ‘머리가 잘 돌아가는’ 청년들을 군 울타리에 모아놓고, 이들을 창업 전사로 양성한다. “자네는 어느 부대에서 공부했나.” 언젠가 우리 사회에서도 이런 말이 아무렇지 않게 쓰이는 날이 찾아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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