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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블라트, 숫자 두개만 보고 종목 선정…20년간 836배 '매직 수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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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7 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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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동성의 시대 - 투자 대가에게 길을 묻다
    (4) 조엘 그린블라트 '마법공식' 창시자



    [ 강영연 기자 ] 조엘 그린블라트는 ‘마법공식’의 창시자로 유명하다. 마법공식은 큰 틀에서 보면 ‘우량한 기업 주식을 싸게 사는’ 가치투자 방법이다. 그린블라트가 다른 가치투자자들과 차별화되는 점은 그 방법을 수치화해 단순화했다는 것이다. 그는 자본수익률(return on capital)과 이익수익률(earnings yield)이라는 두 가지 지표만을 가지고 종목을 판단했다. 그린블라트는 단순한 이 공식을 가지고 헤지펀드 매니저로 활동한 20년간 8만3600%의 누적 수익률을 올렸다. 그의 방법론은 수학적, 통계적인 기법을 활용해 투자 종목을 발굴하는 퀀트 투자에 대한 관심을 키웠다. 그린블라트는 “좋은 회사를 싸게 산다는 자세만 유지한다면 변덕스러운 ‘미스터 마켓(주식시장)’이 거저 주는 회사들을 체계적으로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마법공식의 창시자

    그린블라트는 1985년 고담캐피털이라는 헤지펀드를 설립했다. 2005년까지 이 펀드를 운용하면서 연환산 복리수익률(CAGR) 40%를 기록했다. 1985년에 1억원을 투자했다면 복리로 836억원의 수익을 낼 수 있었던 셈이다.

    그린블라트는 벤저민 그레이엄, 워런 버핏 등의 뒤를 잇는 가치투자자로 꼽힌다. 그는 그레이엄 등의 강의를 들은 적은 없지만 책을 통해 이들의 생각을 공유하며 투자에 대해 배웠다고 했다.

    그린블라트는 저렴한 가격에 거래되는 기업을 찾아야 한다며 그레이엄이 강조한 안전마진(safe margin) 개념을 중시했다. 그린블라트는 “분석을 통해 추정한 주당 가격이 70달러인데 37달러에 매수한다면 그 차이가 투자에 대한 안전마진이 돼 투자 손실을 막아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것을 자본수익률로 평가했다. 그린블라트가 사용한 자본수익률 산정 공식은 ‘법인세전이익(EBIT)/(유동자산-유동부채)+(비유동자산-감가상각비)’다. 유동자산은 1년 이내에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자산, 유동부채는 1년 이내에 상환해야 하는 채무를 말한다. 비유동자산은 고정자산 등 현금화하는 데 1년 이상 걸리는 자산을 의미한다. 감가상각비는 공장이나 기계설비와 같은 고정자산 가치가 시간이 지나면서 떨어지는 만큼을 가격으로 환산한 것이다.

    그린블라트는 이와 함께 이익수익률이 높은 우량 기업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이익수익률 공식은 ‘EBIT/(시가총액+순차입금)’이다. 여기서 순차입금은 총차입금에서 보유 현금유동성을 차감한 것이다. 그는 “마법공식은 가능한 한 가장 싸거나 가장 우수한 것만으론 부족하다”며 “가격과 우수성이라는 두 가지 측면을 모두 갖춘 최상의 기업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 적용해 봤더니…

    그린블라트의 마법공식은 너무 단순한 까닭에 그의 주장대로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 제기돼 왔다. 하지만 그의 투자전략은 미국뿐 아니라 한국 주식시장에서도 유효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린블라트의 전략을 토대로 종목을 선정해 모의투자한 결과, 2002년(블룸버그 데이터 확보가 가능한 시점)부터 작년까지 누적수익률 기준으로 코스피200지수 수익률을 두 배 가까이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마법공식 종목은 우량주 위주의 코스피200지수에 편입된 종목 중 자본수익률과 이익수익률을 기준으로 각각의 순위를 부여한 뒤 평균을 내 상위 20% 종목을 추렸다. 2002년부터 3월 말 결산 기준 실적을 가지고 매년 4월 1일 리밸런싱(종목 교체)하는 방식으로 추산했다.

    그 결과 그린블라트 전략의 16년 누적 수익률은 477%였다. 연환산 복리로 19.58%의 수익률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200지수는 226% 올랐다. 마법공식은 하락장보다는 상승장에서 큰 효과를 발휘했다. 2008년이나 2015년처럼 국내 주식시장이 부진할 때는 마법공식 포트폴리오의 성과가 더 안 좋았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자본수익률이 높은데 이익수익률도 높다는 것은 업황이 안 좋은 상황일 가능성이 있다”며 “불황에는 이 같은 약점이 더 두드러져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담아야 할 종목은

    마법공식에 따르면 올해 한국 시장에서 담아야 할 종목으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와 아이에스동서 GS건설 대우건설 등의 건설주, 대한유화 금호석유 롯데정밀화학 롯데케미칼 등 정유·화학주가 꼽혔다. SK하이닉스는 자본수익률 1위, 이익수익률 2위로 평균 1.5위로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상위 우량주에 집중 투자하는 그린블라트의 특성이 잘 드러난 포트폴리오라는 분석이 나왔다. 최재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기준으로 따졌기 때문에 일부 기업은 올해 수익성에 의문이 생길 수도 있다”며 “하지만 자본수익률이 높은 기업은 그린블라트의 말대로 특별한 경쟁우위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평균 이상의 수익을 낼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식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마법공식의 효과를 보려면 추천 종목 중 한두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것보다는 해당 종목에 한꺼번에 투자해야 한다. 그린블라트는 “마법공식으로 선정한 상위 20~30개 종목 가운데 어떤 주식이 시장 평균보다 나은 실적을 달성할지 모른다”며 “평균적으로 높은 수익에 비해 싼 가격에 팔리는 기업을 사고 있다는 사실만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마법공식은 매우 단순하기 때문에 개인투자자에게 적합한 방법이란 얘기도 나온다. 이상건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상무는 “개인투자자들이 집중해서 매일 종목을 분석하고 기업의 변화 과정을 추적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마법공식을 추천하는 것”이라며 “주식이 유망한가에 따라 종목 수를 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능력과 시간에 따라 투자법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린블라트도 장기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탁월한 투자 전략들이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투자 기간을 5년 또는 10년, 20년으로 잡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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