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넷 출시…"20년 뒤 블록체인은 일상이 될 것"
13세에 중국과학기술대 영재반에 입학한 뒤 예일대 병리학박사와 UCLA 재무학박사를 따고 UC버클리, 카네기멜론대 교수를 거쳐 중국 장강경영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
차오 후이닝 유스체인(Usechain) 최고경영자(CEO·사진)의 프로필이다.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전형적 수재형인 차오 교수는 2년 전 유스체인을 설립하면서 CEO가 됐다. 재무학 교수인 그는 ‘블록체인판 월스트리트’를 비전으로 제시했다. 투명한 거래 실현, 소수의 독과점 방지 등 월스트리트를 새롭게 꾸미는 데 블록체인이 맞춤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인터넷이 그러했듯 앞으로의 세대는 누구도 블록체인의 가치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차오 CEO와의 인터뷰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위챗으로 진행했다.
- 유스체인은 ‘미러 아이덴티티(Mirror Identity) 생태계’를 지향한다고 했다. 무슨 뜻인가.
“블록체인은 이중적이다. 범죄 방지 등을 위해 신원확인(KYC)과 자금세탁방지(AML)가 필요하다. 하지만 사용자들은 동시에 프라이버시(사생활) 보장을 원한다. 신원확인 조치를 모두 취하면서 프라이버시까지 지키려면 기술적으로 매우 까다롭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도입한 개념이 미러 아이덴티티다. 해독이 필요한 암호화된 형태의 신원이라 할 수 있다. 미러 아이덴티티를 활용하면 신원이나 자산을 대중에게 노출하지 않으면서 블록체인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 결과적으로 현행 규제를 대부분 준수할 수 있게 돼 민감한 금융서비스에서도 쓸 수 있다.”
- 금융 법규를 준수하는 형태의 퍼블릭 블록체인으로 정의하면 되나.
“불투명한 금융시스템 탓에 생기는 문제들을 블록체인으로 해결할 수 있다. 블록체인 거래데이터의 투명성·불변성 덕분이다. 블록체인을 활용한 미래의 금융계약은 단순히 거래 가격뿐만 아니라 거래데이터와 관련정보 등을 모두 기록한다. 미러 아이덴티티 기술이 새로운 형태의 금융계약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블록체인판 월스트리트’ 구축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지.
“월스트리트는 길을 잃었다. 어떠한 윤리적 제한 없이 돈만 좆고 있다. 과점 형태가 된 거다. 거래비용이 워낙 높아 일반 플레이어들은 시장에 참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만약 미러 아이덴티티 기술이 적용된 블록체인으로 금융서비스를 만들면 이러한 비용을 줄여 평범한 사람들도 시장에 참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세금포탈·자금세탁 같은 리스크도 피할 수 있다.”
- 유스체인의 무작위 작업증명(RPoW·Randomized PoW) 알고리즘은 여타 블록체인의 합의증명 방식과 어떻게 다른지 설명해달라.
“기존 작업증명(PoW) 방식은 안전하지만 느리고 너무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위임지분증명(DPoS) 방식은 속도와 효율성은 개선됐지만 매우 중앙화돼 신용하기 어렵다. RPoW는 양자의 장점을 절충한 알고리즘이다. 매번 무작위로 한 명을 선정해 채굴을 진행하는 게 핵심이다. 채굴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동시에 효율적이고 빠르며 안전하다.”
- 그런 방식을 택한 이유가 있나.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이 법률 준수다. 중앙화된 시스템의 빠른 속도와 블록체인의 신뢰성을 둘 다 확보하려 했다. 실질적 거래의 흐름은 중앙화됐지만 순포지션(Net Position)은 블록체인을 통해 즉시 보고되는 형식이다. 실사용처와도 협업해 레스토랑·호텔·리조트·보험회사 등이 토큰을 발행하고 실질적 서비스를 만들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 메인넷도 31일 출시한다.
“메인넷 론칭(출시)에 집중했다. 이를 토대로 앞으로 주식시장 선물, 옵션이나 가상화폐(암호화폐) 시장 선물 옵션, 복권, 게임, 암호화폐 론(Loan), 스테이블 코인(가치변동이 안정적인 암호화폐) 등에 대한 분산형 애플리케이션(디앱·DApp) 개발에 주력할 것이다. 암호화폐 비즈니스 구현을 위해 선불카드·포인트카드 서비스부터 시작해 실사용 가능한 토큰을 만들 것이다.”
- 유스체인을 플랫폼으로 사용하는 생태계는 어떤 모습인가.
“기존 선물옵션 시장에선 금융기관이 중개자로 참여해야 했다. 선물옵션 관련 데이터가 100%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다. 물량이 진짜인지 증명하기도 어렵다. 반면 유스체인은 블록체인의 특성을 활용해 금융거래 투명화에 주력했다. 중개자 없이 스마트 계약으로 당사자간 거래를 체결할 수 있다. 이를 선물이나 파생상품 거래 시장에 적용했다. 중국 시장에서 상당한 반향을 얻었다. 현재 사용자가 5만명에 이른다. 앞으로 글로벌 버전도 출시할 예정이다. 유스 토큰(USE)은 이더리움처럼 거래를 위한 가스(Gas)로 활용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 엘리트 코스를 걸어왔다. 유스체인을 창업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블록체인은 온라인상 불특정다수의 거래를 ‘신용’할 수 있게 만드는 방법이다. 특히 신뢰 기반의 금융거래에 대해 매우 강력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 생각했다. 한마디로 ‘미래 금융’이 될 것이라 봤다. 유스체인을 만든 것도 이러한 과정에 참여하고 싶어서다.”
- 블록체인에 대한 신뢰가 큰 것 같은데.
“한 세대 정도 지나면 블록체인의 시대가 올 것이다. 20년 전 많은 이들이 인터넷을 쓸모없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누구도 인터넷의 가치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않는다. 새로운 세대는 인터넷과 함께 태어나고 자라왔다. 블록체인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거부하는 세대도 있지만 20년쯤 뒤에는 블록체인이 자연스러운 세상이 될 것이다.”
- 중국은 암호화폐 공개(ICO) 전면금지 등 규제가 강하다. 어떻게 대응하는지.
“암호화폐로 인해 발생하는 기존 금융시스템의 불안정성을 피하기 위해 하이난 지역 샌드박스 모델(블록체인 특구)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당국 설득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언젠가는 효과적으로 규제할 방법을 찾아낼 것이라 본다. 불법행위나 범죄를 막기 위한 규제는 필요하다. 철저한 조사와 검토가 선행돼야 하는데 홍콩·싱가포르·스위스 등은 이미 진행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당국자들 의심이 사라질 것이다.”
- 최근 업계에서 많이 거론되는 증권형 토큰공개(STO)는 어떻게 전망하는지.
“법률적 규정에 따른 국가 및 기관 참여 정도에 성공 여부가 달려있다. STO 관련 법적 요건이 간단하다면 투자자를 많이 끌어올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 유스체인의 앞으로의 계획은.
“우선 진행 중인 시범 프로젝트들을 6월 말까지 지속해 중국 내에서 의미 있는 시장점유율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내실을 다진 뒤 해외로 확장할 생각이다. 유스체인은 어떠한 중앙화된 형태의 서비스라도 스마트 계약을 적용해 이점을 얻도록 만드는 게 목표다. 이를 통해 각종 비즈니스에서 더 많은 신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김산하 한경닷컴 기자 san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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