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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우주쓰레기와 전쟁 중'…그물·작살·끈끈이 풍선 총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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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주변 우주쓰레기 3억개

수명 다한 인공위성 파편 원인
지름 10㎝에 맞으면 위성도 폭발



[ 윤희은 기자 ] 2002년 9월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지구를 돌고 있는 10~50m 크기의 미확인 천체가 보고됐다. 천문학자들은 이 천체가 달과 크뤼트네에 이어 지구의 세 번째 위성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하고 ‘J002E2’라는 이름까지 붙였다. 결과는 허무했다. 이 천체의 정체는 쓰레기였다. 1969년 발사한 아폴로 12호의 잔해 중 일부가 관측됐다는 게 과학자들이 내린 최종 결론이었다.


1㎝ 파편이 총알 22배 위력

1957년 10월 4일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가 러시아에서 발사된 뒤 62년이 흘렀다. 그 사이 수많은 인공위성이 수명을 다하고 쓰레기로 바뀌었다. 우주 학계는 이 문제를 주요 아젠다 중 하나로 간주하고 있다. 우주쓰레기와 위성이 충돌하는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 우주쓰레기를 3억 개 이상으로 추정한다. 지름 10㎝ 이상 되는 것이 3만4000개, 1~10㎝ 크기가 90만 개, 1㎝ 미만의 것은 3억 개가량이다. 어디까지나 지상에서 레이더로 감지된 것을 기준으로 한다. 실제로는 훨씬 더 많다는 얘기다.

우주쓰레기가 늘어나는 것은 인공위성 양쪽 면의 온도차 때문이다. 오랜 기간 한쪽에만 열을 받으면 위성은 깨질 수밖에 없다. 위성의 변형으로 전력이 남은 추진체가 폭발하면 수많은 파편이 생긴다. 현재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 대부분의 우주쓰레기가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생겨났다.

우주쓰레기는 ‘우주 흉기’로 불린다. 총알보다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파편에 맞는다면 아무리 내구성이 좋은 우주복을 입고 있어도 목숨을 부지하기 어렵다. 초속 10㎞에 달하는 우주쓰레기는 1㎝ 기준으로 총알보다 22배 큰 파괴력을 지닌다. 지름이 10㎝에 달한다면 덩치가 큰 인공위성을 폭파시킬 수도 있다.

다행히도 현재까지 우주인이 직접 우주 파편에 맞은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하지만 우주선과 충돌한 사례는 상당하다. 1983년 미국의 챌린저호가 작은 페인트 조각과 충돌해 유리창이 파손됐다. 2003년 폭발해 승무원 전원이 사망한 미국 컬럼비아호의 사고 원인도 우주쓰레기가 꼽힌다.

위성 사고는 더 사례를 열거하기 힘들 만큼 많다. 1996년 프랑스 인공위성 세리스가 미국 아리안 로켓의 파편과 충돌한 일이 있고, 2006년 러시아 한 통신위성 역시 우주쓰레기와 부딪치는 바람에 일시적으로 송출이 중단됐다. 2016년 유럽항공우주(ESA)의 ‘센티널-1A’ 위성은 단 1㎜의 우주 쓰레기와 충돌해 40㎝가량이 파손됐다. 당시 우주쓰레기의 속도는 초속 11㎞ 정도였다.

매일 우주쓰레기 100t씩 지구로 쏟아져

우주쓰레기 중 일부는 지구로 떨어진다. 거의 매일 100t 규모의 우주쓰레기가 대기권으로 들어온다는 게 학계의 설명이다. 파편의 개수를 따지면 시간당 수백 개 수준이다. 대다수가 대기권에서 소각되지만 지표면까지 형태를 유지한 채 떨어지는 사례도 있다.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것은 지표면으로부터 2000㎞ 이하의 저궤도상에 몰려 있는 우주쓰레기들이다. 전체 쓰레기의 73%가 이 영역에 몰려 있다. 그중에서도 800~1000㎞ 사이가 쓰레기 밀도가 조밀한 구역으로 꼽힌다. 지구 관측위성들이 가장 많이 활동하는 영역이 이 부근이다.

우주쓰레기 제거는 흔히 추적과 수거, 처리 등 3단계에 걸쳐 이뤄진다. 지상 또는 청소용 위성에 장착한 레이더로 우주쓰레기 위치를 파악하고, 그물 및 작살 등을 활용해 해당 물질을 수거한다. 이후 대기권에 근접한 위치까지 이동해 해당 쓰레기의 자연 발화를 유도한다.

각국에서는 갈수록 더 고도화된 우주쓰레기 제거 계획을 내놓고 있다. ESA는 우주쓰레기 청소용 위성인 ‘리무브데브리스’를 개발 중이다. 지난해 9월엔 그물을 발사해 우주쓰레기를 수거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미국 스탠퍼드대는 우주 물체를 붙일 수 있는 로봇 집게를 개발하고 있다. 미국 콜로라도대는 소형 위성에 끈끈이 풍선을 매달아 우주 물체를 수거한 뒤 일정량을 채우면 풍선이 폭발하면서 대기권에서 소멸하는 방식을 고안했다.

현재까지 고안된 방식 중에 정답은 없다. 성재동 항공우주연구원 연구원은 “작살 또는 그물을 활용하다가 자칫 우주쓰레기 폭발을 유도해 파편 숫자만 늘릴 수 있다”며 “자석으로 끌어들여서 궤도로 떨어뜨리는 등 더 안전한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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