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銀, 외환시장 개입내역 첫 공개
하반기 1억8700만弗 순매도
[ 고경봉 기자 ] 우리나라 외환당국이 지난해 하반기 외환시장에 개입해 1억8700만달러를 순매도했다. 그동안 미국은 “한국 정부가 달러를 사들여 의도적으로 고환율을 유지해왔다”고 주장해왔는데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처음으로 공개한 결과 오히려 달러를 판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미 재무부가 다음달 환율보고서를 공개하면서 우리나라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은 한층 더 낮아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29일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해 7~12월 외환당국의 외환시장 순매도 금액이 1억8700만달러라고 발표했다. 이번에 공개된 수치는 총 매도액에서 총 매수액을 뺀 금액이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과 비교하면 0.01% 수준이다. 지난해 미국 재무부가 우리나라에 외환시장 개입내역 공개를 압박하면서 “한국 외환당국이 지난해 외환시장에서 GDP의 0.6%만큼 달러를 순매수해 원화 가치를 떨어뜨렸다”고 주장했는데 오히려 달러를 순매도한 데다 규모도 이에 크게 못 미친 셈이다. 지난해 환율 변동폭이 워낙 낮았던 데다 내역 공개 부담으로 외환당국이 개입을 주저한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환율 전문가들은 “공개된 순거래 규모를 감안할 때 외환당국이 환율을 특정 방향으로 돌리기 위해 집중적으로 개입했다고 보기 힘든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올해 외환시장 원·달러 환율 현물환(스팟) 거래량이 하루평균 71억달러 선임을 감안하면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았을 것이란 해석이다.
한은은 오는 9월에 올해 상반기 순거래내역을 밝힌 뒤 12월부터는 3개월 단위로 공개하기로 했다. 우리나라가 환율 개입 내역을 공개한 것은 1962년 외환시장 개설 이후 57년 만이다. 그동안 투기세력의 악용 가능성 등을 이유로 개입 내역을 함구해왔다. 하지만 각국 중앙은행의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가 확산되자 정부도 마음을 돌렸다. 미국의 압박도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의 직접적 단초가 됐다. 미 재무부는 지난해 4월 한국을 환율조작국 지정 전 단계인 관찰대상국으로 분류하면서 보고서를 통해 이례적으로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를 요구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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