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신뢰도
출시 전부터 ‘삐걱’
‘흥행 보증수표’ 효과 놓친 다케무라 사장
품질과 감성이 좋다고 평가받는 일본 도요타의 고급차 브랜드 렉서스가 비틀거리고 있다. 각종 ‘결함’ 논란이 일면서 소비자 불만이 커지고 있어서다. 한국 법인을 먹여 살리는 중형 세단 신형 ES300h(사진)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아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9일 한국교통안전공단 리콜(결함 시정) 신고센터에 따르면 신형 ES300h의 결함이 발견됐다는 사례 100여 건이 접수됐다. 이 가운데 대다수는 뒷좌석 시트 가죽이 들떠 불편하다는 내용이다. 뿐만 아니라 비 올 때 선루프에서 물이 새거나 오디오 음량을 높여도 잘 들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선루프 누수가 있는 경우 공식 서비스 센터에서 점검 받아도 해결이 안 되거나 단차, 풍절음(바람 가르는 소리)이 커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소유주가 모인 동호회 등을 중심으로 소비자 원성은 더 높다.
회사 측은 “소비자 불편 요인을 파악하고 있다”며 “요청이 오는 대로 무상 수리 등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그 규모가 크거나 심각한 수준은 아닌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신형 ES300h는 보험개발원이 발표한 차량 보험 차량모델등급에서 저조한 성적표를 받기도 했다. 이 차는 26개 등급 중 6등급에 그쳤다. 1등급에 가까울수록 보험료와 사고 수리비용이 비싸다. 차량 유지 측면에서 신형 ES300h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산술적으로만 따졌을 때 수입차 평균(8등급)을 밑돈다. 경쟁 차량인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13등급)와 비교하면 한참 못 미쳤다.
ES 시리즈는 원조 ‘강남 쏘나타’로 불린다. 한때 주로 서울 강남에서 많이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별칭이다. 부드러운 승차감과 함께 내구성, 특유의 높은 연비로 입소문을 타면서 불티나게 팔렸다.
이 가운데 하이브리드카(HEV)인 ES300h는 렉서스 판매 실적을 견인한 일등 공신이다. 지난해 8803대(구형 포함)가 팔렸다. 전체 판매량(1만3340대)의 65.9%에 달한다. 신형 역시 출시 이후 5개월 만에 4058대 팔려 나갔다.
‘흥행 보증수표’로 꼽히는 신형 ES300h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으면서 렉서스로선 반일 감정 못지않게 뼈아플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함은 내구성이 뛰어나다는 신뢰도에 치명타를 줄 수도 있어서다.
렉서스와 도요타 두 브랜드를 총괄하는 다케무라 노부유키 한국도요타 사장도 취임(2018년 1월) 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가 부임하고 나서 내놓은 렉서스의 첫 번째 차량이 바로 신형 ES300h다.
이 차는 출시 초기에 최상위 트림(세부 모델)이 인증을 통과하지 못했다. 개정된 국토교통부령 제38조 4항에 따라 LED(발광다이오드) 헤드램프(전조등) 닦기 장착을 빼먹었기 때문이다. 당시 한국 법인은 한 등급 아래인 차량으로 TV 광고와 카탈로그 등을 다시 만드는 등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었다.
다케무라 사장은 도요타를 총괄 하면서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부회장을 맡고 있다.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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