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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좋은 일자리' 다시 정의하는 밀레니얼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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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현 기자의 독서공감


[ 윤정현 기자 ] “나는 삶이 아닌 것은 살지 않으려 한다.”

장수한 퇴사학교 대표는 미국 사상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1817~1862)가 쓴 《월든》의 이 문장을 보고 결심했다. “더 이상 하기 싫은 일은 하지 않겠다”고. 장 대표는 4년여간 근무한 삼성전자를 그만두고 직장인 맞춤 교육을 하는 퇴사학교를 열었다. 소로는 20대에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인근 월든 호숫가 숲속에서 2년2개월간 홀로 살았다. 통나무집을 짓고 밭을 일구며 자급자족하는 생활을 했다. 장 대표는 “월든에서처럼 내 인생도 실험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주체적이고 자유롭게 일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지 말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한국경제신문의 창간 기획 시리즈 ‘세상을 바꾸는 밀레니얼 파워’에 등장한 밀레니얼세대 중 한 명이었다. 그들의 일을 대하는 태도와 삶을 바라보는 시각은 기성세대와 달랐다. 일은 괴롭고 힘든 것이어야만 하는지, 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 수는 없는지 되물었다.

일이 즐거운 삶의 일부가 될 수 없다면 과감히 일에서 ‘보람’을 포기하기도 한다. 생계를 위한 ‘밥벌이’로의 일과 ‘자아실현’용 일을 구분해 투잡을 뛰는 것이다. 《저 청소일 하는데요?》(21세기북스)를 쓴 김예지 작가는 대학 졸업 후 생계를 위해 스물일곱에 청소일을 시작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러스트 작업을 하고 싶어서다. 작가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스스로 만든 편견과도 싸워야 했지만 “조금 다르게 살아보니 생각보다 행복하다”고 얘기한다.

최근 《회사 체질이 아니라서요》(미래의창)를 출간한 서메리 작가는 일보다는 ‘개인의 시간과 감정을 담보로 무정하게 돌아가는’ 조직이 싫어 퇴사를 결심했다. ‘회사 밖’이라는 현실은 달콤하면서도 냉혹했다. 기술 하나 없는 문과생인 그가 생계유지를 위해 택한 길은 번역가. 큰 자유를 얻은 대신 책임은 더 무거워졌다. 프리랜서로의 자립기를 생생하고 흥미진진하게 그려냈다. 카카오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책까지 내면서 ‘번역가’에 ‘작가’라는 직업을 추가했다.

주요 독자층이 20~30대인 국내 출판시장엔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마음의숲),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웅진지식하우스), 《퇴사하겠습니다》(엘리) 같은 책이 여전히 장기간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단순 노동은 기계에 자리를 내줘야 하는 4차 산업혁명시대, 어쩌면 밀레니얼 세대는 본능적으로 생존의 길을 찾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기성세대는 알지만 미처 혹은 차마 하지 못한 걸 밀레니얼세대는 과감하게 실행으로 옮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장수한 대표가 쓴 《퇴사학교》(RHK)의 한 구절을 다시 읽어본다.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건 어쩌면 나 자신이 가장 잘 알 것이다. 사회와 주변에서 자꾸 요구하는 것에 휩쓸리지 않고, 나에게 집중하는 것. 어쩌면 매일같이 회사라는 파도에 휩쓸리는 우리에게 필요한 건 단지 ‘시간’일 뿐인지도.”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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