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형 아파트, 주방분리형 평면 늘어
거실·식당, 가사노동과 분리된 '휴식의 공간'
갤러리 같이 꾸밀 수 있는 설계도 나와
중대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주방 분리형' 평면이 도입되고 있다. 주방 분리형은 중문이나 미닫이 문, 구조적인 설계를 통해 주방이 따로 분리되는 구조다. 조리하는 공간이나 세탁 공간, 음식물을 보관하는 팬트리 등의 가사노동 공간이 가시적으로 보이지 않는 설계다. 가사노동의 공간과 거실·식당과 같은 휴식의 공간이 분리되는 추세라는 얘기다.
기존 아파트에서는 탁트인 설계를 선호했다. 판상형 설계에서 주방은 거실과 맞닿아 있는 구조가 일반적이었다. 때문에 맞통풍이나 환기를 통해 주방의 음식물 냄새들이 거실을 통해 빠져나가곤 했다. 뒷베란다에 설치된 세탁기에서 꺼내오는 빨래들도 거실에 널어두는 게 일반적인 동선이었다.
하지만 맞벌이 부부가 늘고 가사노동의 패턴과 시간이 달라지면서 주방의 구조도 바뀌고 있다. 우선 음식을 조리해 먹는 경우가 줄었고, 그만큼 주방을 사용하는 횟수도 뜸해졌다. 외식이나 배달음식 비중이 높아진 것도 주방사용 횟수가 줄어드는데 한 몫하고 있다. 빨래도 거실에 널기 보다는 건조기 사용이 늘고 있다. 그만큼 거실은 가사노동의 연장된 공간에서 가족들의 온전한 휴식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주방 분리형 평면은 생소해 보이지만, 실제 고객들의 반응은 좋은 편이다. 대우건설이 지난 1월 강원도 춘천시 온의지구에서 분양했던 '춘천 센트럴파크 푸르지오'에서도 이러한 평면이 있었다. 전에 1556가구 중 58가구였던 전용 124㎡ 타입이었다. 이 타입은 주방·팬트리·세탁실과 식당·거실 공간이 중문으로 분리되는 구조다. 불투명한 중문으로 분리를 하면 식탁과 수납장의 공간만 남는다. 식탁은 6인용이 들어가도 충분할 정도로 넉넉한 공간이 나온다. 모델하우스에서는 한 쪽면에 큼직한 그림을 걸어놓으니 멋스러웠다.
이 단지는 1순위 청약에서 1311가구(특별공급 242가구 제외) 모집에 7249명이 청약을 접수해 평균 5.5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56가구를 모집한 전용 124㎡형에는 599명이 몰려 10.7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전체 주택형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분양 관계자는 "중소형 아파트만 공급되다보니 잠재됐던 중대형 수요층이 몰린 것 같다"며 "40~50대 중장년 층은 분리된 주방을 선호했다"고 말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1-1번지에서 짓는 '분당 지웰 푸르지오'에는 주방을 분리하는 설계에서 한 발 더 나간 형태가 나온다. 신영의 게열사 대농이 시행하는 이 단지는 아파트와 상가, 오피스 등으로 구성됐다. 아파트는 전용면적 △84㎡ 20가구 △96㎡ 64가구 △119㎡ 82가구 등 166가구로 조성된다.
모델하우스에는 전용 96㎡와 119㎡의 두 개의 유닛이 마련됐는데, 특히 119㎡의 설계와 인테리어가 눈에 띈다. 주방을 완전히 분리하고 주방 쪽으로 보이는 벽면을 갤러리같이 꾸몄기 때문이다. 분리된 주방에는 개수대, 조리대와 냉장고, 김치냉장고 공간은 물론 세탁시와 건조기를 놓을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했다. 'ㄱ'자형으로 동선이 짜여 있고, 동선의 끝에는 중문이 있어 밀폐가 가능하도록 구조를 짰다. 동선은 짧지만 서랍, 장식장 등의 수납공간을 양쪽으로 넣었다. 기능적이고 풍부한 수납이 가능해 보였다.
주방의 반대편이라고 할 수 있는 거실쪽 벽면은 갤러리같이 꾸몄다. 그림을 걸 수 있도록 피쳐레일이 부착됐고, 벽면은 석재 느낌이 나도록 흰색의 '안티코 스타코(ANTICO STUCCO)'로 도장했다. 안티코 스타코는 대리석 질감을 연출하는 인테리어 마감재다. 고급스러운 패턴인데다 무독성이고 내구성이 좋아 고급 호텔이나 백화점 등에 주로 사용된다. 폴리싱(연마) 과정이 필요하고 여러 번의 도장과 시간이 들어가다보니 작업이 까다롭고 시공비도 많이 든다. 주택에서는 일부 고급빌라에만 도입됐다. 분양되는 아파트에 안티코 스타코가 시공된 건 이례적이다.
모델하우스에는 이러한 느낌을 최대한 살렸다. 이면 개방이 되는 거실에는 고층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을 고해상도의 사진으로 전시했다. 그림도 걸어놨다. 배경이 흰색이다보니 그림이 더욱 돋보였다. 김봉준 분양소장은 "단지 주변에는 영장산을 비롯해 숲과 호수가 어우러진 약 42만㎡ 규모의 분당중앙공원이 자리잡고 있다"며 "녹색 조망과 함께 거실에서 휴식의 공간을 느낄 수 있도록 내부를 꾸미게 됐다"고 말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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