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EU 반대에도
"골란고원은 이스라엘 땅" 끝내 서명
이스라엘 총선 2주일 앞두고
네타냐후 총리 손 들어줘
[ 주용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골란고원 주권을 정식 인정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라고 환영했지만 시리아는 “주권에 대한 명백한 공격”이라고 반발하는 등 중동 정세가 불안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골란고원은 이스라엘이 1967년 6월 이집트 요르단 레바논 시리아 등 아랍 연합군과 벌인 ‘6일 전쟁’에서 점령한 시리아 영토다. ‘중동의 화약고’로도 불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네타냐후 총리와 회담한 뒤 이스라엘의 골란고원 주권을 인정하는 포고문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시리아에서 칼리프(이슬람 신정일치 지도자)를 격퇴했다”며 “우리는 말과 더 중요한 행동을 통해 반유대주의라는 독에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날 팔레스타인 자치령인 가자지구에서 발사된 로켓이 이스라엘 가정집을 타격해 7명이 부상한 사건과 관련, “미국은 이스라엘이 스스로 방어할 절대적인 권리를 인정한다”고 강조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은 당신보다 더 좋은 친구를 가져본 적이 결코 없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치켜세웠다. 네타냐후 총리는 다음달 9일 열리는 이스라엘 총선에서 연임 여부가 결정된다.
뇌물 수수와 배임 및 사기 혐의로 기소될 예정인 그에게 골란고원 주권 인정은 총선 승리와 향후 거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정치적 성과다.
시리아는 즉각 거세게 반발했다. 시리아 외교부 관계자는 국영 사나통신에 “시리아의 주권과 영토 보전에 대한 명백한 공격”이라며 “트럼프는 (이스라엘의 골란고원) 점령을 합법화하거나 정당화할 법적 권한이 없다”고 비판했다. 러시아 외무부도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대해 “국제절차를 무시한 것”이라며 “중동 지역에 새로운 긴장의 물결을 일으킬 수 있다”고 비난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이날 성명을 내 “골란고원의 지위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골란고원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고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유엔은 골란고원을 이스라엘의 불법 점령지로 규정하고 있다.
일본 등 미국의 동맹국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부정적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인 터키 외무부는 미국의 이번 결정을 “원천 무효”라고 규정했다. 유럽연합(EU)은 트럼프 대통령이 골란고원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 인정 의사를 내비친 지난 21일 “EU는 국제법에 따라 골란고원 등 이스라엘이 점령한 땅에 대해 이스라엘의 주권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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