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 발부땐 靑으로 수사 확대
與 "장관의 정상적 업무"
野 "블랙리스트 특검 수용해야"
[ 박종필 기자 ]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됐던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에게 임기가 끝나기도 전에 사표를 강요했다는 이른바 ‘신(新) 블랙리스트’ 논란이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검찰이 ‘문재인 정부 1기 내각’의 상징성을 지닌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사진)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청구하자 청와대·여권은 허를 찔렸다는 반응이다.
서울동부지방법원은 25일 김 전 장관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진행한다. 검찰과 김 전 장관 측은 직권남용 권리행사·업무방해 혐의 등을 두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일 예정이다. 검찰은 증거인멸 우려를 강조하며 구속영장 발부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김 전 장관 측은 산하기관 인사에 대한 ‘정당한 인사권 행사’임을 강조하며 맞대응할 전망이다. 검찰 계획대로 김 전 장관에 대한 신병을 확보할 경우 수사 속도에 탄력이 붙고, 칼끝이 청와대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22일 검찰의 결정이 나오자 “장관의 인사권과 감찰권이 어디까지 허용되는지 법원의 판단을 지켜보겠다”며 “과거 정부 사례와 비교해 균형 있는 결정이 내려지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도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유감”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그는 “해당 부처의 장관이 산하기관 인사에 포괄적 감독권을 행사하는 것은 정상적 업무”라며 “대통령이 임면권을 갖는 공공기관장 자리는 청와대와 해당 부처가 협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당·청은 23~24일 주말엔 추가 논평이나 메시지를 자제하며,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김 전 장관이 구속되면 검찰이 청와대 관계자를 소환하는 방식으로 수사 범위를 확대할 가능성이 높아 여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야당은 논평 등을 통해 적극 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양수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23일 “내첵남블(내가 만들면 체크리스트, 남이 만들면 블랙리스트) 식으로 일관하던 청와대가 비단 환경부에서만 블랙리스트를 작성했을 거라 생각되지 않는다”며 “민주당이 ‘블랙리스트 특검’을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24일 “청와대는 그동안 스스로를 속여온 것에 사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적폐를 청산하기 위한 과정이었는지, 또 다른 적폐를 쌓고 있던 과정이었는지 검찰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한다”며 중립적인 입장을 내놨다.
김 전 장관은 산하기관 임원들에게 사표를 종용하고, 이에 한국환경공단 김모 상임감사가 반발하자 지난해 2월 김씨에 대한 감사에 착수해 결국 한 달여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는 등 직권남용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의 후임 감사로 노무현재단 기획위원 출신인 유모 씨가 임명된 것 역시 블랙리스트 의혹을 증폭시키는 대목이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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