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LG 등 '조용한 생일'
계열사별 독립경영 강화에
그룹이라는 뿌리 의식 약해져
[ 김보형/고재연 기자 ] 삼성과 SK, LG, 롯데, 현대중공업 등 주요 대기업이 이달 말부터 다음달 초까지 잇달아 창립기념일을 맞는다. 떠들썩한 분위기는 없다. 그룹 차원의 기념식이나 행사를 열지 않고 ‘조용한 생일’을 보낸다. 계열사별 독립 경영을 강화하고 있어 그룹이라는 뿌리 의식이 약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임직원 간 쌍방향 소통을 강화하고 있는 기업 문화도 이유로 꼽힌다.
삼성그룹은 22일 창립 81주년을 맞았으나 별도의 기념행사는 하지 않았다. 미래전략실 해체로 그룹 개념이 사라진 데 따른 조치다. 그룹 ‘맏형’격인 삼성전자는 물론 1938년 설립된 모태 기업인 ‘삼성상회’의 후신인 삼성물산도 근속자 포상 등 간략한 행사만 치렀다. 삼성은 창립 80주년을 맞은 작년엔 ‘삼성 80년사’를 되돌아보는 영상물을 제작해 계열사 임직원들에게 공개했다.
23일이 창립 47주년 기념일인 현대중공업그룹도 지난 8일 대우조선해양 인수 본계약을 체결하는 등 창립기념일 의미가 남다르지만 기념식은 하지 않는다. 창립기념일이 토요일인 탓도 있지만 작년(46주년)에도 휴무일로만 보내는 등 창립기념일 행사 관행이 사라지는 추세다.
오는 27일 창립 72주년을 맞는 LG그룹도 구광모 회장 취임 후 첫 창립기념일이라는 의미가 있지만 별다른 행사를 열지 않는다. 예년과 같이 4월 둘째주 금요일(올해는 12일)에 그룹 임직원이 일제히 쉰다. 4월에 공휴일이 많지 않다는 점 등을 감안했다.
다음달 초에는 롯데그룹과 SK그룹의 창립기념일이 차례로 이어진다. 롯데는 그룹 모태인 롯데제과의 창립기념일인 4월 3일(1967년)을, SK는 선경직물이 창립된 4월 8일(1953년)을 기념일로 삼는다. 롯데는 창립기념일 당일 지주사 직원들은 하루 쉬고 일부 임원은 자원봉사 활동을 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계열사 임직원들은 이와 상관없이 정상 근무할 예정이다. SK도 그룹 차원의 창립기념식이나 휴무 등은 없다. 계열사마다 각사 창립기념일에 하루씩 쉬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자동차그룹도 현대차 창립기념일인 12월 29일을 휴무일로 지정할 뿐 별도의 기념식을 열지 않고 있다.
김보형/고재연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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