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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투자하면 中업체가 돈 버는 드론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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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리포트

모터·배터리·비행제어장치 등
핵심 부품 대부분 中서 들여와
"정부 부양책, 최대 수혜자 중국"



[ 이우상 기자 ] ‘우리가 TV, 스마트폰을 많이 팔면 돈은 일본 업체들이 번다.’

몇 해 전 삼성전자 사람들이 하던 얘기다. 부품 소재 중 상당수를 일본에서 사다 완제품을 생산했기 때문이다. 요즘은 드론(무인항공기) 업체들이 이런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국가가 일본에서 중국으로 바뀐 것이 차이라면 차이다.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드론산업협회 박석종 회장은 “드론의 핵심 부품인 모터 배터리 비행제어장치 등은 모두 중국산”이라며 “정부가 드론 시장을 부양하면 그 수혜자는 중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알맹이 빠진 한국 드론산업

드론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드론 제조업체는 약 120개다. 이 중 24곳은 군대에만 드론을 공급하는 방위산업체다. 방위산업체를 제외하면 나머지 90여 곳 중 대다수가 5인 이하 소기업이다. 제대로 집계되지 않은 1인 영세기업까지 포함하면 드론 관련 업체 수는 더 늘어난다. 하지만 이들은 핵심 기술 없이 조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모터와 비행제어장치, 배터리는 물론 플라스틱 몸체까지 모두 중국산이다.

정부는 2017년 700억원 수준인 국내 드론산업 규모를 2026년까지 4조4000억원으로 키우기 위한 ‘드론산업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공공기관이 5년간 드론 3700여 대(3500억원)를 구입하도록 해 시장을 키우겠다는 게 핵심이다. 정부의 드론산업 부양책이 중국 업체 배불리기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공공기관이 애용하는 나라장터에 올라온 촬영 등 드론 관련 서비스도 국산 드론을 활용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 한 업계 관계자는 “나라장터에 올라온 드론 촬영 서비스는 10개 중 9개가 중국 DJI(세계 1위 드론업체) 제품을 활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임무형 드론으로 승부해야

출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드론업계는 중국 드론업체가 ‘정복한’ 취미·산업용(촬영용) 드론 대신 임무수행용 드론에서 가능성을 찾고 있다. 임무수행용 드론은 국립공원을 장시간 날며 감시하거나 고압전선을 따라 장거리를 비행하며 점검하는 식으로 쓸 수 있는 드론이다.

윤광준 건국대 항공우주정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임무수행용 드론의 역할은 주로 장시간 하늘에 떠 지상을 관찰하는 것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중국에서 발달이 더뎠다”며 “업계 화두는 오랫동안 하늘을 날며 지상을 감시할 수 있는 임무형 드론”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한국이 임무형 드론 시장에서 앞질러 나갈 수 있었지만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DJI가 세계 드론 시장을 정복하기 전인 2012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틸트로터형 무인항공기를 자체 개발해 비행시험에 성공했다.

틸트로터형이란 활주로에서는 헬리콥터처럼 프로펠러를 수평으로 회전시켜 수직으로 떠오른 뒤, 프로펠러 방향을 돌려 일반 비행기처럼 날아가는 형태를 말한다. 요즘 세계에서 일반화된 임무형 드론이 이런 형태다. 촬영용 드론보다 민첩한 비행은 할 수 없지만 에너지 효율이 좋아 오랫동안 하늘을 날 수 있다. 하지만 항우연에서 만든 무인기는 상용화되지 못했다. 당시 항우연의 무인기를 쓰겠다고 나선 공공기관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후 7년이 지나 국내 중소기업 드로닛이 미국에서 틸트로터형 무인기를 도입했다. 미국 드론 ‘밀버스’다. 리튬이온배터리 대신 화석연료를 넣어 체공 시간을 늘린 헬리콥터 형태 드론도 자체 개발 중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은 최근 LG전자가 국내 대기업 중 최초로 드론 관련 부품을 선보였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비행제어장치 등 핵심 부품을 자체 개발해 공개했다. 윤 교수는 “국내 중소기업이 중국산 부품을 이용해 드론을 생산하기에만 급급한 상황에서 대기업이 참여한 것은 고무적”이라며 “LG전자 부품은 저가 드론 대신 부가가치가 높은 임무수행용 드론에서 이용하기 적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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