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병훈 기자 ] “다른 회사가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제품을 많이 냈고 연구 역량이 쌓였어요. 이제 복제약이 아닌 혁신 신약을 만들어 이 분야 ‘퍼스트 무버’(시장 개척자)로 나서려고 합니다.”(김영주 종근당 대표)
종근당이 면역조절제(면역억제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종근당은 지난해 면역조절제로 754억5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국내 제약사 가운데 독보적이다. 경쟁사들의 관련 매출은 100억원 미만으로 추정된다. 면역조절제는 장기이식 거부반응 방지나 크론병, 류머티즘관절염, 루프스신염 등 자가면역질환에 쓰는 약이다. 종근당은 모두 9개의 면역조절제를 보유하고 있다.
김영주 대표는 “면역조절제는 연구개발(R&D) 난도가 높은데 오래 전부터 관련 투자를 꾸준히 하고 임상 데이터를 쌓다보니 더 탄력을 받았다”며 “향후에도 지속으로 성장을 할 것으로 판단돼 제네릭을 넘어 혁신 신약 개발에까지 나섰다”고 말했다.
◆면역조절제 매출 2년간 17.3%↑
17일 종근당에 따르면 이 회사의 면역조절제 매출은 지난 2년간 17.3% 증가했다. 2016년 643억3000만원, 2017년 697억1000만원, 지난해 754억5000만원이었다. 지난해 매출은 종근당 전체 매출 9557억원(잠정치)의 7.9%에 달한다. ‘혁신 신약 개발’이라는 미래 먹거리로서의 의미 뿐만 아니라 현재 먹거리로서의 의미도 크다는 얘기다. 품목별로 보면 가장 비중이 큰 건 타크로벨로 지난해 400억3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종근당이 면역조절제를 처음 출시한 건 1995년이다. 당시에는 아사히카세이의 브레디닌(정)을 수입해 판매했다. 이후 복제약을 잇따라 출시했다. 1996년 첫 면역조절제 제네릭인 사이폴엔(연질캡슐)을 출시했고 2004년 타크로벨(캡슐), 2008년 타크로벨(주사제)을 잇따라 내놨다.
2010년대 중반을 넘어서며 관련 투자를 더욱 강화했다. 2016년 마이렙틱엔(장용정)을, 2017년 타크로벨(서방캡슐)을 출시했다. 지난해에는 써티로벨(정), 라파로벨(정) 등 2개를 한꺼번에 내놨다. 모두 노바티스, 아스텔라스, 로슈, 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회사의 약이 오리지널이다. 면역조절제 제네릭 8개 가운데 기간이 지나 특허가 스스로 끝난 마이렙트(캡슐)와 라파로벨(정)을 제외하고는 모두 특허회피 설계를 하거나 관련 소송을 거칠 정도로 투자에 적극적이었다.
◆“복제약이 혁신 신약 마중물 됐다”
종근당은 그동안 쌓인 면역조절제 R&D 역량과 경험을 바탕으로 류머티즘관절염 신약 ‘CKD-506’를 개발중이다. 이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로 유럽에서 임상시험 2상을 하고 있으며 2020년 끝난다. CKD-506은 염증성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는 체내 효소 히스톤디아세틸라제6(HDAC6)를 억제하는 약으로 개발되고 있다. 최근 주목 받는 류머티즘관절염 약은 모두 주사제인데 CKD-506는 먹는 약이라 환자 편의성이 크다.
이 파이프라인은 종근당에게 적응증(약이 치료할 수 있는 질병) 확대로서의 의미가 크다. 그동안 종근당이 내놓은 면역조절제는 대부분 장기이식에 따른 거부반응 방지에 쓰는 약이다. 일부 약은 류머티즘관절염에도 쓸 수 있지만 표준 치료법이 안통하는 사람에 한해 제한적으로 쓰는 수준이다. 종근당은 CKD-506의 적응증을 류머티즘관절염 뿐만 아니라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등 염증성 장질환으로도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한 해외 임상을 내년에 시작한다. 시장 규모가 더 큰 자가면역질환으로 보폭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면역조절제 제네릭 R&D 투자는 혁신 신약 개발의 마중물이었다”며 “그동안의 개발 경험이 없었으면 면역조절제 신약 개발은 엄두도 못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시장에서 강자로서의 입지를 확실하게 굳히겠다”고 강조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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