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대 증권사들의 지난해 배당금 총액이 줄어들었다. KB증권의 배당금이 급감한 영향이 컸다. 부진한 실적이 배당 감소로 이어졌다. 발행어음 사업을 앞두고 힘을 비축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자기자본 기준 국내 5대 증권사의 지난해 배당금은 6598억원으로 전년의 7388억원보다 10.1% 감소했다.
KB증권의 배당금 총액이 크게 줄어 전체 규모를 끌어내렸다. KB증권의 지난해 배당금 총액은 500억원으로 직전연도 1391억원보다 64.1% 줄어들었다.
실적 악화 탓이다. KB금융지주가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KB증권의 2018년 매출은 전년보다 12.96% 늘어난 6조6801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32.5% 급감한 2501억원, 순이익은 19.4% 감소한 1896억원이었다.
파생상품 운용손실, 지난해 상반기 신사옥 이전, 중국 채권 관련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충당금 설정 등 일회성 비용 발생으로 실적이 감소했다. 때문에 배당금도 줄었다는 것이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부진한 실적으로 배당금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발행어음 사업의 인가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역량을 높이기 위해 배당금을 축소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오는 27일 증권선물위원회 정례회의에서 KB증권의 단기금융업 인가안을 상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인가안이 통과되면 내달 초 금융위의 최종 결정을 받아 KB증권도 발행어음 판매가 가능해진다.
앞서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이 금융위 인가 이후 2주 만에 발행어음 상품을 판매한 것을 비춰봤을 때 KB증권도 내달께 발행어음 상품을 내놓을 것으로 관측된다.
KB증권 관계자는 "신규 사업과 투자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배당금을 줄이게 됐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도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앞두고 자금을 유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국투자증권의 지난해 배당금 총액은 1803억원으로 5대 증권사 중 가장 많았지만, 직전연도보다는 21.7% 감소했다. 한국투자증권의 2018년 순이익은 4993억원으로 전년 5253억원보다 5.2% 줄었다. 한국투자증권은 배당금 축소의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다고 밝혔지만 순이익 감소가 배당금 축소 원인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반면 삼성증권과 미래에셋대우는 배당금을 늘렸다. 삼성증권의 지난해 배당은 1250억원으로 2017년 893억원보다 40% 늘렸다. 미래에셋대우도 직전연도 대비 23.5% 증가한 1539억원을 배당한다. 이들 증권사는 중장기 관점에서 배당성향을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와 같은 수준인 1506억원을 배당한다.
증권사들의 배당성향 증가 행보는 고무적이라는 진단이다.
정태준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미래에세대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메리츠종금증권 키움증권의 지난해 합산 배당성향(보통주)은 28.9%로 예상치인 26.8%를 넘어섰다"며 "합산 이익이 기대치를 밑돌았지만 양호한 배당정책을 내놓은 점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