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 마트와 백화점 사업에서 이미 철수한 롯데그룹이 이번에는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의 중국 공장 6곳 중 4곳마저 매각하기로 했다. 풀리지 않는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더 이상 정상적 운영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한경 3월 13일자 A1, 3면). 2017년 3월 시작된 중국의 사드 보복이 만 2년이 넘도록 풀릴 기미가 안 보인다.
2017년 10월 문재인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과 경제관계 정상화에 합의했지만 달라진 건 거의 없다. 중국 진출 한국 기업에 대한 불이익은 물론 한국행 여행 관련 제재 중 제대로 풀린 건 하나도 없다. 중국은 전투기를 동원해 수시로 한국방공식별구역을 침범하는 무력시위까지 벌이고 있다.
중국의 대응은 정상 국가의 외교 방식이라고 보기 어렵다. 중국은 자국발(發) 미세먼지의 유입과 관련해서도 대놓고 한국을 무시하는 듯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우리가 자초한 측면도 크다. 국내 일각에선 사드 반대 목소리가 여전한 데다 정부와 정치권 역시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며 중국에 제대로 항의 한 번 한 적 없다.
일본과의 관계는 양국이 ‘강(强) 대 강’으로 맞서며 악화일로다. 대통령과 국회의장이 대일 강경 발언을 쏟아내더니 아소 다로 일본 재무상은 전례 없는 보복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는 일제 치하 강제징용 판결과 관련, 원고 측이 압류한 한국 내 일본 기업 자산을 매각할 경우 한국에 보복관세는 물론 송금 및 비자 발급 정지까지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5월로 예정된 양국 경제인회의마저 9월로 연기됐다.
중국에 치이고 일본과는 등지게 된 게 한국 외교의 현주소다. 북핵 문제로 미국과도 소원해진 지금, 한국은 동북아의 외톨이 신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답답한 것은 중국과 일본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가 너무도 다르다는 점이다. 일본은 잔뜩 감정을 담아 몰아붙이면서 중국에는 해야 할 말도 제대로 못 하니, 두 나라로부터 다 우스운 꼴이 돼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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