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산 보리로 만든 청정 맥아
100% 발효 공정서 나온 탄산
6년 만에 라거맥주로 승부수
[ 김재후/김보라 기자 ] 하이트진로가 새 맥주 테라를 오는 21일 출시한다. 출고가는 기존 하이트맥주(4.5%)와 같고, 알코올 도수는 4.6%다. 하이트진로가 맥주 신제품을 내놓는 건 2013년 퀸즈에일 이후 6년 만이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사장은 13일 신제품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수입 맥주의 파상공세와 빠르게 변하는 소비 패턴 속에서 맥주시장 점유율이 하락하며 어렵고 힘든 시기를 보냈다”며 “이번 신제품으로 힘들었던 맥주사업에 마침표를 찍고 재도약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비장하게 말했다. 5년째 지속되고 있는 맥주사업 적자를 끝내기 위해 마지막 승부수를 띄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본지 1월 28일자 A1, 5면 참조
주질과 패키지 모두 교체
신세품 테라는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북서쪽 골든트라이앵글 지역에서 재배한 보리로 만든 맥아 100%의 라거 맥주다. 355mL 캔과 500mL 병의 색깔도 모두 녹색으로 바꿨다. 테라는 라틴어로 흙, 대지, 지구 등을 뜻한다. 오성태 마케팅실장은 “미세먼지 수치가 1년 내내 ‘좋음’을 유지하고, 흙과 물이 깨끗한 지역에서 온 맥아로 만든 맥주인 만큼 청정함을 알리기 위해 이름과 색깔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맥주에 들어가는 탄산도 발효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만 채워진다. 하이트진로는 신제품을 내놓기 위해 준비에만 2년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맥주시장 1위 회복이 목표
하이트진로가 새 맥주를 출시한 배경에는 기존 맥주인 하이트가 주력 제품으로서의 수명을 다했다는 판단이 있었다. 하이트는 1990년대 ‘국민 맥주’였지만, 2000년대 후반부터 오비맥주의 카스에 밀리기 시작했다. 2012년 오비맥주에 시장 1위를 내줬고, 2014년부터 영업적자로 돌아서며 지난해까지 손실이 이어졌다. 이 기간 누적 손실만 900억원에 육박한다.
한때 50~60%대를 유지하던 하이트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지난해엔 25% 안팎까지 주저앉았다. 업소용에서는 카스, 가정용에선 수입맥주에 시장을 내준 것이다. 2~3년 전 시작된 수제맥주 열풍도 악재로 작용했다.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 2012년 20%이던 수입맥주 점유율은 지난해 60% 이상으로 급상승했다. 하이트진로는 기존 하이트맥주 대신 테라를 주력 모델로 내세울 예정이다. 하이트맥주도 당분간 생산하지만, 서서히 테라로 교체한다는 계획이다.
‘테슬라’로 ‘카스처럼’ 잡을까
숙제도 있다. 테라가 김 대표의 각오처럼 국내 맥주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려면 가정용과 업소용에서 선택을 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 하이트진로는 본격 출시 전에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여 초기 시장에 안착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테라의 의미와 테라의 장점인 청정 맥아와 발효탄산을 내세운 광고 캠페인도 벌일 계획이다. 모델은 연기자 공유 씨로, 광고 제작을 마쳤다.
가정용 시장에선 ‘네 캔에 1만원’으로 자리잡은 수입 맥주와 발포주의 장벽을 깨야 하고, 업소용 시장에선 ‘카스처럼’의 벽을 넘어야 한다. 카스처럼은 오비맥주의 카스와 롯데주류의 처음처럼을 합성한 말로, ‘소맥’을 만들 때의 대명사처럼 쓰인다. 국내 맥주 시장은 가정용과 업소용 매출 비중이 4 대 6 정도로 업소용이 높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카스와 처음처럼은 카스처럼으로 바람을 일으켰다”며 “하이트도 참이슬과 테라를 합쳐 ‘테슬라’ 등의 명칭이 뜬다면 업소용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후/김보라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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