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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이익 고꾸라진 車부품사…"중국發 구조조정까지 덮쳐 생사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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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위기 몰린 車부품업계

한경, 작년 실적 공시한 車부품사 62곳 전수조사



[ 도병욱 기자 ] “중국에서 한국 완성차업체 경쟁력이 하락하면서 시장점유율이 감소했다.”(일정실업)

“중국법인의 실적 악화 때문에 수익성이 악화됐다.”(지엠비코리아)

실적이 급격히 악화돼 최근 ‘매출 또는 손익 구조 30% 이상 변경’ 공시를 낸 자동차 부품회사들이 덧붙인 설명이다. 덕양산업, 평화정공, 일지테크 등 다른 부품사도 실적 악화 요인으로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을 꼽았다.

한국 부품업체들의 실적이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한 때는 중국이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을 시작한 2017년부터다. 이후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중국 판매량이 뚝 떨어졌고 위기는 부품업체로 전이됐다. 여기에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 등이 더해졌다. 결과는 처참했다. 상장 부품사 10곳 가운데 8곳이 사드 보복 전인 2016년보다 수익성이 악화됐다. 절반 이상은 매출도 줄었다. 신달석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부품사 대부분이 1년 동안 번 돈으로 은행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절반 이상이 2년 전보다 매출 줄어

한국경제신문이 11일 지난해 경영실적을 공시한 62곳의 상장 부품사를 조사한 결과 22.6%인 14개 회사가 적자를 냈다. 전체의 40.3%(25곳)는 전년보다 영업이익이 줄었다. 흑자전환하거나 영업이익이 늘어난 부품사는 23곳(37.1%)에 그쳤다.

사드 보복 전인 2016년과 비교하면 차이는 더욱 분명하다. 영업이익이 늘었거나 흑자전환한 부품사는 13곳(21.0%)에 불과했다. 절반 이상(56.5%)은 영업이익이 줄었다. 적자를 낸 기업까지 더하면 79.0%에 달하는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됐다.

조사 대상의 11.3%(7곳)는 2년 연속 적자였다. 2016년까지만 해도 자동차 부품회사가 영업손실을 내는 일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2017년부터 부품사의 적자는 더 이상 ‘뉴스’가 아니다. 지난해 1~4분기에 한 번도 적자를 내지 않은 상장 부품사는 전체의 37.1%뿐이다.

평균 영업이익률은 2년째 바닥이다. 2016년까지 6%대를 유지했지만 2017년과 작년엔 각각 3.8%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모비스와 한온시스템 등 대형 부품사를 제외한 중소형 부품사 영업이익률은 2%를 밑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매출 감소다. 62개 부품사 중 절반 이상인 33곳의 매출이 2년 전보다 줄었다. 서연이화와 평화정공, 화신 등 17개(27.4%) 부품사는 2년 만에 매출이 10% 넘게 감소했다. 한 부품사 대표는 “매출이 줄었다는 건 공장을 지금과 같은 규모로 유지할 수 없다는 의미”라며 “설비와 인력을 줄이는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올해 더 큰 위기 오나

부품업계에서는 “올해 더 큰 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무엇보다 중국 시장 사정이 더욱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는 다음달 베이징 1공장(연산 30만 대) 가동을 중단할 계획이다. 기아차도 옌청 1공장(연산 14만 대)을 상반기 가동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중국에 공장을 둔 부품사 실적은 지난해보다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

르노삼성자동차발(發) 위기도 심상찮다. 르노삼성 노사는 아직 지난해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프랑스 르노 본사가 지난 8일까지 임단협 협상을 마무리 짓지 못하면 로그(르노삼성이 수탁생산해 미국에 수출하는 닛산 SUV) 후속 물량을 배정하지 않겠다고 경고했지만, 노사는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로그는 지난해 르노삼성 부산공장 생산량의 49.7%를 차지했다.

부산상공회의소가 이날 “르노삼성 노조의 파업 장기화로 수백 개 협력회사가 도산 위기에 빠졌다”고 호소했지만 노조는 부분파업을 재개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이날까지 르노삼성 노조는 44차례(168시간) 파업했다.

부품업계를 둘러싼 환경도 좋지 않다. 올해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국내 자동차 생산대수도 400만 대를 밑돌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해에는 402만8724대를 생산해 400만 대 문턱을 간신히 넘겼다. 400만 대는 국내 자동차산업 생태계를 유지하는 ‘마지노선’으로 통한다. 부품업계 관계자는 “유가증권 및 코스닥시장에 상장되지 않은 소형 부품사 중 상당수는 이미 도산하기 직전”이라며 “올해 중대형 부품사 한두 곳이 문을 닫을 것이라는 얘기가 계속 흘러나온다”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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