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 도수를 기존보다 낮추는 '저도주 열풍'이 막걸리 시장까지 번지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장수는 지난해 10월 생(生)막걸리 신제품인 '인생 막걸리'를 출시했다. 인생 막걸리는 서울장수의 22년 만의 신제품이다. 이 회사의 대표 상품이자 국내 1위 막걸리인 '장수 생막걸리'보다 알코올 도수를 1도 낮춰 5도로 만들자 젊은층이 시장에 새로 유입됐다.
이 덕분에 실적도 가파르게 증가했다. 서울장수는 지난해 314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7년 만에 다시 300억원대로 올라섰다.
서울장수 관계자는 "주소비층이 60대 이상 남성에 국한돼 있는 막걸리 시장이 단기간에 급격히 확대된 것은 새로운 수요가 발생했기 때문"이라며 "도수가 낮아지면서 20~30대 젊은층들의 접근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지평주조는 8년 전 2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이 알코올 도수를 낮추면서 크게 늘었다. 지평주조는 2015년 대표 상품인 '지평 생쌀막걸리' 도수를 6도에서 5도로 1도 낮췄다. 이후 '부드럽고 숙취 없는 막걸리'로 젊은 층의 입소문을 타자 지난해 매출이 166억원으로 크게 뛰었다. 도수를 낮추기 전인 2015년(45억원)에 비해 매출이 약 4배 늘어난 것이다.
전국 이마트에 입점을 하면서 외형도 크게 키웠다. '인스타 막걸리(유명 SNS인 인스타그램에서 인기 있는 막걸리)'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는데 성공한 것이 상품기획자(MD) 눈에 들어왔다. 기존 양평에 있는 양조장만으로는 수요를 감당해내지 못한 지평주조는 지난해 6월 춘천에 월 500만병(750mL 기준)을 생산할 수 있는 제2공장을 지었다.
지평주조 관계자는 "2030 젊은 세대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지평주조 막걸리 사진을 올리면서 소비자층이 확대됐다"며 "기존 막걸리보다 부드럽고 도수도 낮은 것이 좋은 반응을 이끌어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순당도 지난해 5월 '1000억 유산균 막걸리'를 새로 내놨다. 알코올 도수도 '6도 공식'에서 벗어나 5도로 잡은 뒤 건강 콘셉트를 내세웠다. 출시 7개월 만에 60만병이 판매될 정도로 시장의 반응이 좋았다. '1000억 유산균 막걸리'가 출시된 이후 국순당 막걸리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45% 증가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