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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무역협상 타결 가능성 높지만…증시 랠리로 이어질지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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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건스탠리 CEO가 본 글로벌 경제

제임스 고먼 모건스탠리 CEO, 美외교협회와 좌담회



[ 김현석 기자 ] “미국과 중국이 지닌 무역의 구조적 문제는 수십 년에 걸쳐 풀어야 할 문제다. 며칠 만에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제임스 고먼 모건스탠리 최고경영자(CEO·사진)는 지난 8일 “미·중 무역합의가 이뤄지더라도 의미있는 증시 랠리가 일어나기는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날 미국 뉴욕 맨해튼의 미국외교협회(CFR)에서 리처드 하스 회장과 대담을 했다.

고먼 CEO는 미 달러화가 “내가 죽는 날까지 기축통화 자리를 내주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반면 중국 경제에 대해 우려했다. 그는 “중국에 지난 20년은 좋은 시기였지만, 앞으로 20년은 엄청난 도전을 받게 될 것”이라며 “연간 성장률이 현재 6%대보다 훨씬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1958년생인 고먼 CEO는 호주에서 태어났다. 컬럼비아대에서 경영학석사를 딴 뒤 월가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2009년 모건스탠리 CEO가 됐으며, 2012년부터는 회장직도 겸하고 있다.

▶리처드 하스 CFR 회장=미국 경제가 곧 침체에 들어갈 것으로 보는가.

▶제임스 고먼 모건스탠리 CEO=미국도 그렇고 세계 경제도 둔화되고 있다. 작년 말 뉴욕증시를 보면 투자자는 침체를 예상한 것 같았다. 하지만 침체로 간다는 증거는 없다. 또 미·중 무역협상, 미 중앙은행(Fed)의 비둘기파 변신 등은 여전히 불투명하긴 하지만 긍정적인 변화다. 누군가 다른 별에서 와서 지금 상황을 본다고 치자. 실업률 3.8%, 인플레이션 2%, 한 달 18만 개 이상 고용 창출 등은 완벽하진 않지만 좋은 그림이다.

다만 지정학적 위험 등 우려가 많다. 또 사람들은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한 트라우마가 있다. 경제가 급격히 악화된다 해도 놀랄 일은 아니다. 비이성적이지만, 생길 수 있는 일이다.”

▶하스 회장=8일 발표된 지난 2월 신규 고용이 2만 명 증가에 그쳤다.

▶고먼 CEO=매우 적은 숫자다. 하지만 1월 32만 명 고용 증가가 더 놀라웠다. 추운 1월에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등으로 임시직 고용 등도 감소했는데 말이다. 그런 점에서 고용 지표를 볼 때 한 달보다 3개월, 6개월 평균치를 더 중요시한다.

▶하스 회장=미국의 국가 부채와 재정 적자가 심각하다.

▶고먼 CEO=불행히도 수십 년간 계속된 문제다. 나는 재정건전성을 믿는 사람이다. 선의의 목적이라 해도 일부러 빚을 늘리는 국가는 어려워질 것이다. 향후 어느 시점에 가면 문제가 터질 수밖에 없다.

▶하스 회장=달러의 기축통화 지위가 흔들리지 않을까.

▶고먼 CEO=내가 죽는 날까지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미국의 경제 규모는 18조달러에 이른다. 2위인 중국은 11조달러고, 일본 4조달러, 독일은 3조달러에 불과하다. 게다가 미국은 혁신적 기술과 진취적인 자본주의 문화가 있다. 가장 안정적으로 보유할 수 있는 통화로 어떤 것을 고르겠는가. 금융위기 때를 돌이켜보라. 미국의 안정성에 문제가 생겼지만, 결과적으로 달러화 수요가 커졌다.

▶하스 회장=가상화폐가 달러를 대체할 수 있지 않을까.

▶고먼 CEO=전혀 아니다. 화폐가 되려면 가치를 저장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가상화폐가 100년 뒤에 살아남아 있을지 나에게 증명해달라. 반면 미국 달러는 가치가 있다. 미국은 18조달러 규모 경제를 갖추고 있고 계속 성장하고 있다.

▶하스 회장=미·중 무역협상에 대해선 어떻게 예상하는가.

▶고먼 CEO=미·중 무역협상이 타결될 것이고, 서로 승리를 주장할 것이다. 악수하고 분위기는 좋아지겠지만 무역의 구조적 문제는 며칠이나 몇 주, 몇 달 만에 해결되지 않는다. 그건 수십 년간 풀어야 할 문제다. 무역합의는 시장에 긍정적일 것이다. 하지만 그게 의미있는 랠리가 될 것인가. 만약 그렇다면 나는 매우 놀랄 것이다(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스 회장=중국 경제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고먼 CEO=중국 경제는 지난 20년간 상당히 좋은 편이었다. 하지만 앞으로 20년은 엄청난 도전이 있을 것이다. 6% 성장률은 내 생각에는 상당히 낮아질 수 있다.

여러 문제가 터질 가능성이 있다. 세계 각국은 더 이상 중국을 개발도상국으로 대하지 않는다. 내부에도 불평등, 오염, 국경과 소수민족 등 문제가 많다. 게다가 여전히 비효율적인 국유기업이 경제의 중심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역사상 찾기 힘든 권력의 집중을 이뤄냈다. 이건 반대로 그렇게 해야 할 만큼 문제가 많다는 얘기다.

미국인은 항상 중국의 도전을 얘기한다. 하지만 중국에 가보면 중국인은 미국에 관해 얘기하지 않는다. 내부의 여러 문제를 걱정한다.

▶하스 회장=유럽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다.

▶고먼 CEO=유럽 경제 둔화에 대해 별달리 신경쓰지 않는다. 유럽은 계속 문제가 있었다. 10년 전엔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 부채위기가 있었고 지금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가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곧 물러날 예정이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국내 지지를 잃고 있다. 또 이탈리아는 재정 문제가 있다. 유럽이 안정적으로 1~2% 성장하기만을 기대한다. 4%씩 성장하는 건 바라지 않는다.

▶하스 회장=브렉시트를 어떻게 보는가.

▶고먼 CEO=영국은 정말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 사업적으로 보면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유럽에서 활동하려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 있어야 한다. (금융회사들은) 런던의 기능을 독일 프랑크푸르트 또는 프랑스 파리로 옮기는 게 합리적 대안이다. 모건스탠리는 프랑크푸르트에 유럽 본사를 별도로 마련했다. 더 큰 문제는 브렉시트로 인해 그동안 지속돼온 유럽연합(EU)의 정치, 사회, 군사적 안정성에 균열이 생길 것이란 점이다.

▶하스 회장=미국에서 부유세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고먼 CEO=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법인세를 35%에서 21%로 낮췄다. 대부분 국가가 20%대 세율을 채택하고 있다. 그동안 미국 기업들은 세율 때문에 해외에 집중 투자해왔다. 미국으로선 20%대 법인세를 받느냐, 아니면 아무것도 받지 않느냐 하는 문제였다. 답은 명확하다.

다만 지금은 위태로운 시기다. 부의 불평등이 심해지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3% 성장했다. 연봉이 그만큼 올랐다고 해도 연봉 40만달러가 3% 오른 사람과 5만달러 연봉이 3% 인상된 사람은 소득 격차가 더 벌어졌다. 이런 불평등은 계속 확대되고 있고, 민주당 등이 부유세 도입 등을 주장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그게 올바른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스 회장=일부 정치인의 반대로 아마존이 뉴욕 제2본사를 철회했다.

▶고먼 CEO=아마존이 뉴욕을 떠난 건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다. 뉴욕은 수많은 일자리와 사업을 만들 기회를 놓쳤다. 아마존에 결정을 재고해달라는 광고에 나도 동참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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